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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유명 정신과 의사 '그루밍 성폭행 의혹' 논란

등록 2019.05.29 21:32

수정 2019.05.29 21:58

[앵커]
여러분 혹시 그루밍 성폭력이라는 말 들어 보셨습니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관계를 만든뒤 성범죄를 저지르는 걸 그루밍 성 폭력이라고 하는데, 최근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여성 환자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러왔다는 주장이 나와서 다시 한번 이 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강동원 기자, 일단 환자들은 김현철 원장이라는 정신과 의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정신과의 특성상 환자들이 의사에게 많이 의지하게 되는데요.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의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전이'라고 하는데요. 환자는 의사를 가장 이상적으로 보게 되고, 신뢰나 연인 감정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환자들 주장은 김원장이 이런 감정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대부분의 정신과 치료가 다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결과적으로만 보면 이 전이라는 게 그렇게 위험할 수도 있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전이감정' 자체는 정상적인 치료 과정입니다. 이 전이감정이 만들어져야, 의사의 치료가 통하게 되는거죠. 전이감정에 빠진 환자입장에서는 관계가 깨질가봐 의사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고, 그러다 보면 부적절한 관계로 빠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들어보시죠.

최명기 / 정신과 전문의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의사에게 감정적으로 전의하게 되는거죠. 전이 감정을 통해서 의사는 환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되어 집니다."

[앵커]
쉽게 얘기하면 정신적으로 의사를 대단히 신뢰하도록 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겠는데 이 과정에서 성범죄가 일어났다면 일종의 그루밍으로 봐야 합니까?

[기자]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하죠. 그런데 이것도 피해자가 미성년자일때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이미 김 원장은 지난해 11월 그루밍 성범죄 부분은 피해를 주장하는 환자들이 성인이어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요. 일반 강간죄의 경우에도, 폭행과 협박이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그 정황도 없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처벌이 쉽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김남국 / 변호사
"지금 피해자들이 대부분 성인이잖아요. 기망을 해가지고 (성폭력을)하는 건 (처벌조항이) 없거든요."

[앵커]
일반인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들인데 성인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건 좀 납득하기 어렵긴 합니다만..

[기자]
의사와 환자 사이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딱히 법으로 규정된 것은 없습니다. 의사 윤리 지침에만 '환자와 성접 접촉이나 애정관계를 가져선 안된다'고 명시가 되어있죠. 그런데 이건 말그대로 윤리 지침이어서 법적인 구속력은 없습니다. 다만 복지부가 의사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를 할 수는 있는데, 이역시도 명확히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에 가능해서 이번 경우에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의사와 환자와의 성 접촉을 성범죄로 규정하고 중범죄로 엄벌에 처하는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아쉬울 따름입니다.

[앵커]
우리도 이제 이런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강 기자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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