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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집권당에 날아든 비례대표 청구서

등록 2019.05.29 21:46

수정 2019.06.03 15:51

요즘엔 잘 안 쓰는, 전국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뽑는 또 하나 방식, 비례대표를 지역구에 대비해 부르던 이름이지요. "전국구는 그 흔한 감기 한 번 안 걸리더라…" 1990년대 어느 야당 비례대표 예비후보가 했던 푸념입니다.

그는 자기 당 전국구 의원 중에 한 명만 물러나면 의원직을 물려받는 순번이었습니다. 그러려면 전국구 의원이 제 발로 당을 나가거나, 하다못해 병상에라도 누워야 하는데 좀처럼 그럴 일이 없더라는 겁니다.

그 푸념을 뒤집어보면 전국구가 그만큼 내놓기 싫은 자리라는 얘기가 됩니다. 국회의원 특권은 고스란히 누리면서 지역구 관리하느라 골치 썩일 필요가 없어서 '천국구'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전국구 공천을 두고 거액의 돈이 오갔다고 해서 돈 전(錢)자를 쓰는 '전국구'라는 별명도 한 때 등장했습니다. 물론 다 옛날 얘기가 되긴 했습니다만 전국구 국회의원을 두고 그렇게 말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런데 어제 민주당 정책간담회에서 전국구를 둘러싼 또 다른 요지경이 드러났습니다. 대규모 이익단체인 외식업중앙회 대표가 집권당 대표에게 대놓고 '선거 때 공을 세웠으니 비례대표 의석을 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내년 4월 13일, 우리도 표가 있습니다. 비례대표 꼭 주셔야 합니다." 

그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지난달 보궐선거까지 어떻게 민주당을 도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열거했습니다.

"지난번 대선 때 20만 진성 당원을 만들어서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5대 일간지에 1억원을 들여서 지지성명을 한 바가 있습니다." 

그는 또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소상공인 집회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 세 명이 찾아와 동원 인원을 줄여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 이럴 때 쓰는 말이지요. 동시에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면이었습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숫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습니다.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쪽도 있고 아예 없애자는 쪽도 있습니다. 무조건 없애자는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만 늘린다면 그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국민들도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5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집권당에 날아든 비례대표 청구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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