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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악다구니 한국정치

등록 2019.06.03 21:48

수정 2019.06.03 21:54

일본 수영스타 이케에 리카코는 작년 아시안 게임 6관왕에 올랐습니다. 그랬던 그가 올해 초 백혈병 진단을 받자 사쿠라다 올림픽담당 장관이 위로는 커녕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는데 정말 실망스럽다"고.

그러고 두 달도 안 돼 또 실언을 터뜨렸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 복구보다 중요한 것이 다카하시 의원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아베 총리는 정권의 명운이 걸린 7월 선거를 의식해 곧바로 사과했습니다.

"장관의 임명 책임은 내각총리대신인 제게 있습니다…"

결국 사쿠라다는 발언 한 시간 반 만에 물러났습니다. 그래도 소속 의원들의 막말이 끊이지 않자 자민당은 이런 매뉴얼까지 만들었습니다. 각별히 입조심해야 할 다섯 가지 사안을 꼽았는데 우리 정치인들에게도 딱 들어맞습니다. 역사 인식, 성별과 성 소수자, 사고와 재난, 질병과 노인 같은 겁니다.

다뉴브강 참사에 관한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의 '골든타임 3분' 발언은 이 가운데 세 번째, 사고에 대한 배려 부족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겁니다.

한국당에서는 근래 '막말 퍼레이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언과 망언이 잦았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고, 청와대를 폭파하자거나,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어디 한국당만의 얘기겠습니까.

"우리 사회 지금 특징은 악다구니야,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로 날이 지고 샙니다. 몇 년째…"

소설가 김훈씨가 한국 사회를 향해 맘먹고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사람들이 혀를 너무 빨리 놀린다며 탄식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있을 수가 없어요… 네가 나한테 침 뱉으면 나는 가래침 뱉고, 이런 식으로…"

김훈씨는 글을 쓸 때마다 지우개 가루가 산을 이루도록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쇠를 두드려 연장을 다듬듯 언어를 벼리고 또 벼리는 것이겠지요.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막말을 내뱉는다면 결국 자기 지지층의 수준을 그렇게 밖에 보지 않는다는 얘기일 겁니다. 자기 스스로 수준을 떨어뜨리는 건 뭐라 할 바 아닙니다만, 그를 뽑아 준 유권자와 국민의 수준까지 더 이상 얕잡아 보지 말 길 바랍니다.

6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악다구니 한국정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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