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다뉴브 아리랑

등록 2019.06.04 21:43

수정 2019.06.04 21:47

"내 아름다운 조국을 떠나네(아리랑). 유명하고 작은 헝가리라는 나라를(아리아리랑) 떠나면서 돌아보네(나를 버리고)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헝가리 대표 민요 '아름다운 고향을 떠나며'에 우리 아리랑이 어우러진 합창곡입니다. 2014년 한-헝가리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양국에서 공연됐지요. 두 민요가 애달픈 곡조와 가사, 거기 밴 민족의 슬픔과 고통까지 놀랍게 닮았습니다.

노래만이 아닙니다. 헝가리 사람들은 매운 음식도 즐깁니다. 이 국민 수프는 우리 매운탕 비슷하고, 잉어스튜는 하도 매워 한국인도 잘 못 먹는다고 합니다. 헝가리어로 아버지는 어버지, 아빠는 어빠, 엄마는 어녀입니다. 이렇게 아이를 등에 업고 가는 것도 우리와 닮았습니다.

중앙아시아 유목 기마민족 마자르족이 세운 나라여서일까요. 외세에 숱하게 짓밟히면서도 마자르인 단일민족 국가를 지켜온 헝가리 사람들은 아시아의 핏줄을 자랑스러워합니다. 나라 이름 앞부분, 이 '훈'부터가 훈족에서 유래했다고 하지요.

어제 저녁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 아리랑이 울려 퍼졌습니다. 유람선이 침몰한 곳 바로 위 다리에 시민 수백명이 모여 아리랑을 합창하며 슬퍼했습니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거나 서로 끌어안기도 했습니다. 다뉴브 강변과 우리 대사관 담장에도 촛불, 국화, 편지를 바치는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다는 여인이 하얀 한복 차림으로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흰 한복이 슬픔을 상징하는 것을 안다"며 "한국인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헝가리 시민의 진심 어린 애도와 추모에는 한국인을 친근하게 여기는 마음이 실려 있습니다. 나아가 더 묵직하게 와 닿는 것은, 남의 비극을 자기 일처럼 공감하고 배려하고 함께하는 보편적 사랑입니다.

대사관 담장에 붙은 기도문에는 서툰 한글로 이렇게 쓰여 있다고 합니다. "너의 영혼은 평화를 찾을 거야…" 우리 슬픈 노래 아리랑과 함께 건넨 부다페스트의 위로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겁니다.

6월 4일 앵커의 시선은 '다뉴브 아리랑'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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