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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학조부모 시대

등록 2019.06.05 21:44

수정 2019.06.05 21:48

동화처럼 곱고 해맑은 이 그림들은, 여든을 바라보는 브라질 교포 할아버지가 담아낸 손주들 모습입니다. 노부부는 손주들에 기울이는 사랑을 인스타그램에 글과 그림으로 올려 SNS 스타가 됐습니다.

노년에 손주를 보는 기쁨과 재미는 자식 키울 때와는 또 다르다고 하지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 그대로라고 합니다.

어느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놀이터에 갔는데 손자가 다른 아이 장난감을 부러워합니다. 할아버지는 그 아이에게 애걸하다시피 해 손자가 장난감을 갖고 놀아보게 합니다.

은행 지점장이었던 예전 같으면 체면상 절대 못할 일이 손자 앞에서는 저절로 되더랍니다. 이 할아버지의 육아 일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맞벌이 열 쌍 중 여섯 쌍 이상이 아이를 조부모나 친척에게 맡기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나온 황혼 육아라는 새로운 말이 생겨 났습니다.

엄마 같은 할머니를 뜻하는 할마, 아빠 같은 할아버지인 할빠라는 신조어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학부모 대신 학조부모라는 호칭이 학교에 정식으로 내걸렸습니다.

서울교육청이 이달부터 몇몇 초등학교에서 학조부모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 겁니다. 손주의 학교생활과 바람직한 조부모 역할, 조손 간 대화법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조부모가 육아를 넘어 교육까지 떠맡는 현실을 학교가 인정하고 돕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우리네 어버이들은 부모 가족 부양하고 자식 교육시키느라 노후자금도 변변히 마련 못한 분이 많습니다.

OECD 회원국 노인 중에 가장 오래 일했으면서도 가장 가난하고, 마음도 가장 많이 아픕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식의 육아까지 외면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요통에 관절염에 불면증 같은 이른바 '손주병'에 시달리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좋아서 한다고는 합니다만 몸까지 그렇게 따를리는 없겠지요. 옛말에 "애 봐준 은공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손주들 무럭무럭 크고 자식들 얼굴 밝으면 그걸로 모든 시름을 잊는 게 또 우리네 어버이입니다.

6월 5일 앵커의 시선은 '학조부모 시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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