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씁쓸한 현충일

등록 2019.06.06 21:45

수정 2019.06.06 21:50

2015년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수백 대의 오토바이 행렬이 도로를 메웠습니다. 참전용사 유골을 호송해 3천km 떨어진 가족에게 전하러 가는 자원봉사자들입니다.

해병대 하사 터너는 해외 파병을 일곱 번 다녀온 뒤 전쟁 후유증으로 숨졌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비행기 삯이 없어 유골을 택배로 받아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이런 사정이 전해지자 "참전용사 유해를 택배상자에 넣어 부칠 수는 없다"며 봉사자들이 나선 겁니다.

열흘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6.25 참전용사가 숨졌지만 유족 건강이 나빠 장례식에 올 수 없게 되자 묘지 측이 주민이 함께해 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단 하루 만에 전국에서 수백 명이 달려와 고인을 경건하게 배웅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서해교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유가족들은 무관심과 푸대접을 하소연합니다. 그제 청와대에 초청된 유족들도 추모행사에 정부 인사들이 발걸음을 끊은 현실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마린온 헬기가 추락해 해병대원들이 순직했을 때도 청와대는 영결식 직전까지 조문하지 않다가 뒤늦게 비서관을 보냈습니다. 얼마 전 청해부대 입항 때 숨진 최종근 하사 빈소에도 비서관 한 명만 조문했습니다. 남성혐오 인터넷 집단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최 하사를 모독했습니다.

미국 공항 탑승구에서는 "군인이 있으면 먼저 타라"는 안내방송이 빠지지 않습니다. 경기장에서는 군인들을 일어나게 해 박수와 환호로 경의를 표합니다. 시민들은 길에서 군인을 마주치면 "당신의 헌신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국가와 정부가 앞장서 군인과 전용사를 예우하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국민 몸에도 밴 것이지요. 누구보다 대통령부터 순국 장병 유해가 돌아오는 날이면 한밤 중에도 공항에 나가 거수경례로 맞이합니다.

또 물어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유가족의 한(恨)마저 청와대가 편집했다'는 순국장병 아들의 탄식이 오늘 '현충'의 실상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국가 유공자와 유가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라고 믿습니다…"

6월 6일 앵커의 시선은 '씁쓸한 현충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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