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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의 감수성

등록 2019.06.07 21:48

수정 2019.06.07 21:56

2012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봤습니다. 문 후보는 영화 끝나고 5분이 지나도록 자리에 앉아 눈물을 훔쳤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했습니다.

2015년 문 대표는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을 다룬 영화 '암살'을 관람하고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 의열단장 김원봉은 영화에 5분쯤 등장합니다.

2016년 문재인 전 대표는 원전 폭발을 가상한 영화 '판도라'를 본 뒤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눈물을 많이 흘렸다. 국민들이 이 영화를 다 봤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습니다.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문 대통령이 어제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했습니다. 현충원에 잠든 6.25 호국 영령들 앞에서, 김일성으로부터 6.25 전쟁공로 훈장을 받은 사람을 치켜세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얼마 전 "김원봉에게 국가유공자 서훈을 주는 것을 국민 대다수가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근거의 하나로, 보훈처는 영 화 '암살'의 흥행 성공을 꼽았습니다. 

"가 선생께 전하시오.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오…"

김원봉을 멋지게 묘사했습니다만 영화 '암살'은 기본적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 시대극입니다.

영화란, 말 그대로 극적입니다. 기쁨과 슬픔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감동과 분노를 부채질합니다. 영화는 현실과 다른 세상이고 그래서 영화를 현실과 혼동하면 위험한 일이 벌어집니다. 광복군에서 활약했던 장준하 선생은 저서 '돌베개'에서 김원봉을 가리켜 "판에 박힌 공산주의자"라고 증언했습니다.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는 전문가들로부터 과학적 근거도, 현실적 개연성도 없이 지나친 공포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1.4 후퇴 때 월남한 어느 남자의 굴곡진 삶을 따라가며 애국심을 이야기합니다.

2014년 문재인 의원이 '국제시장'을 보고 나서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요…"

6월 7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의 감수성'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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