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요지경 취업 장사

등록 2019.06.11 21:44

수정 2019.06.11 22:06

폭탄주의 원조는 사실 서양입니다. 1950년대 걸작 영화 '워터프론트'에서 뉴욕 부두노동자 말론 브랜도가 바에서 술을 주문합니다.

"위스키 두 잔과, 함께 마실 맥주 둘 주세요…"

폭탄주를 가리키는 보일러메이커는 하역 탄광 벌목같이 거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싸게 빨리 취하려고 마셨던 술이었던 겁니다.

'워터프론트'에서 말론 브랜도는 부정과 폭력, 살인을 일삼는 노조 조합장에 맞섭니다.

하지만 동료 노동자들은 제왕처럼 군림하는 조합장에게 보복을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나서지 못합니다.

"우리는 항상 D(Deaf)와 D(Dumb)를 지켜요" ("아무것도 못 들었고 아무것도 모릅니다")

말론 브랜도는 결국 노조의 악행을 폭로하고 조합장을 쫓아냅니다.

검찰의 부산 항운노조 수사결과를 보면 우리 주변에 아직도 이렇게 구조적인 비리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노조 가입부터 취업, 승진까지 한 건에 수천만원씩 돈이 오간 것과 관련해 전직 위원장 두 명을 비롯한 서른한 명이 기소됐습니다.

부산 항운노조에서는 2005년 마흔 명 넘게 구속된 이래 비슷한 비리가 터져 나오곤 했습니다. 그동안 구속 기소된 위원장이 여섯 명에 이르고, 새 출발을 하겠다며 자정 결의대회를 한 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리가 가능했던 것은, 노조에 가입하기만 하면 취업이 보장되는 노무 독점 공급권을 노조가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럽과 미국의 부두 노조가 일자리를 장악해 영화 '워터프론트' 같은 상황이 벌어졌던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우리 국회도 2005년 하역회사가 노조를 거치지 않고 인력을 뽑을 수 있게 특별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광복 이후 노조의 독점권이 워낙 뿌리 깊어서, 변칙과 편법으로 여전히 인력공급을 장악하고 있는 겁니다. 기득권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조직적 구조적으로 벌어지는 채용 장사가 이것뿐이겠습니까.

구조적인 범죄는 사람을 벌하더라고 구조를 그대로 두는 한 반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비리 역시 구조를 방치한다면 몇 년 뒤에 똑같은 기사를 다시 쓰게 될 지 모를 일이지요?

6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요지경 취업 장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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