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군대

등록 2019.06.20 21:46

수정 2019.06.21 07:21

작년 12월 적폐 수사대상으로 지목돼 영장 실질심사에 나온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입니다. 검찰은 청사로 자진 출석한 그를 수갑 채워 법원 포토라인에 세웠습니다.

영장은 기각됐고, 나흘 뒤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그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짐작할만합니다.

이 전 사령관은 35년 군생활을 마치고 2년 전 전역했습니다. 그러나 빈소에는 현역 장성과 군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상가에서는 "군인들의 의리가 이럴 수 있느냐"는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드물게 정복차림으로 조문 온 대령이 있어서 어떤 분이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랍니다.

"소신대로 살겠다…"

어쩌다 군인이 선배 장군을 조문하는 데 소신이 필요한 세상이 됐을까요.

저는 이 전 사령관 빈소 풍경이, 지금 우리 군 수뇌부와 지휘관들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극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목선 귀순경위를 둘러싼 군의 거짓말 행진을 보면서도 저는 이런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군이 국가와 국민의 안위 말고 다른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입니다.

군은 처음에 목선이 표류했다고 발표했지만 진실은 귀순이었습니다. 귀순이라고 하면 무슨 불편한 일이라도 생기는 걸까요.

군이 폐기했다던 목선도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남하 경위를 밝히는 중요한 증거를 왜 이렇게 서둘러 없앴다고 한 걸까요.

그뿐이 아닙니다. 목선은 앞바다에서 기다리다 버젓이 삼척항에 들어왔습니다. 군은 주민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했습니다. 그래 놓고는 "해상-해안 경계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계 실패보다 몇 백배 나쁜 것은, 국민에게 숨기고 거짓말하는 군대입니다.

국방장관은 어제 지휘관회의에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총체적 책임자가 남 얘기하듯 했습니다. 오늘에야 사과하면서 또다시 엄중 문책을 강조했습니다.

한 가지 거짓말을 덮으려면 열 가지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군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늘어놓고, 누구의 심기를 건드릴까 전전긍긍하는 것인지 묻습니다.

6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군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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