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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6·25는 살아있다

등록 2019.06.25 21:43

수정 2019.06.25 21:46

육군 8사단 10연대 일병 양순용. 그는 국립현충원 위패에 관등성명으로만 존재했습니다. 1995년, 40년 넘게 제사를 모시던 부인과 형제에게 그의 편지가 날아들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중국을 거쳐온 편지 겉봉에는 반세기 전 고향 주소가 적혀 있었습니다. 양순용은 6·25때 포로로 잡혀가 40년을 아오지탄광에서 노역했습니다. 고향 주소를 잊어 버릴까봐 하루 몇 번씩 되뇌었습니다.

진폐증으로 사위어 가던 그가 마지막 소원을 담아 편지를 썼습니다. 가족이 3년을 애쓴 끝에 그는 돌아왔습니다. 국군 포로들의 한 맺힌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5년 뒤 세상을 떴습니다. 2013년에는 생의 끝자락에 선 국군 포로들의 애타는 편지 쉰 통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거친 세월을 못 견뎌 잘해야 5백명쯤 살아 있을 거라지만 대한민국 정부에겐 잊힌 존재입니다. 그런데 6·25에서 잊힌 것이 그뿐이겠습니다. 원래 6·25를 '잊힌 전쟁' 이라고 부른 것은 미국 학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자유를 지켜낸 한국전쟁을 잊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6·25 기념일이면 미군 전사자 3만6천5백일흔네 명의 이름을 일일이 한 명씩, 꼬박 사흘 동안 불러 기립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대통령은 6·25 호국 영령이 잠든 현충원에서 북한의 전쟁 유공 수훈자를 국군의 뿌리와 연결 지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고 연설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은 다른 곳 눈치를 살피는 듯한 행태를 보여 오더니 급기야 국민에게 거짓말을 늘어놓았습니다.

"6·25는 비통한 역사지만 북한의 침략을 이겨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켰습니다…"

어제 대통령의 이 발언은 당연한 얘기지만 오히려 큰 뉴스로 다뤄졌습니다. 취임 후 공식 행사에서 6·25 침략 주체를 북한으로 처음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6·25전쟁을 다룬 최고의 책으로 꼽히는 '이런 전쟁'에서 저자는 미국인들에게 경고합니다.

"전쟁에 대비하지 않는 국가와 국민은 정신적으로 항복할 준비를 해야 한다…"

6.25기념일인 오늘 우리에게 이보다 더 절실하게 들리는 말은 없을 겁니다.

6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6.25는 살아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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