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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우아한 이혼

등록 2019.06.28 21:46

수정 2019.06.28 21:53

영화는 안 봤어도 이 장면 못 본 분은 드물 겁니다. 지하철 통풍구에 서서 치맛자락을 날리는 마릴린 먼로입니다. 먼로가 이 장면을 포스터용으로 찍는 촬영장에 메이저리그 수퍼스타였던 남편 조 디마지오가 따라갔습니다. 그는 아내의 치마가 허벅지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사색이 됐습니다. 그날 둘은 대판 싸운 뒤 결혼 열 달 만에 갈라섰습니다. 충격에 빠진 대중에게 둘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세기의 미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일곱 명과 여덟 번 결혼했습니다. 배우 리처드 버튼과 두 번 결혼하고 이혼하면서 생긴 진기록이지요. 성격이 드센 두 사람은 툭하면 싸우다 결국 헤어지면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다…”

우리 연예계의 원조 '세기의 커플'은 최무룡 김지미였습니다. 간통죄로 감옥살이까지 하고 부부가 됐다가 7년 만에 이혼했지요. 그러면서 김지미씨가 했던 말이 명언처럼 전해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신 세기의 커플' 송중기 송혜교 부부가 파경을 맞았다는 소식이 항간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2년 전 두 사람의 달콤한 만남을 대중은 찬탄과 부러움으로 지켜봤습니다. 

"제가 이긴 거죠? 에잇, 어떻게 때려요, 이렇게 예쁜 분을…"

그렇듯 '러브 스토리'같은 만남도, 서로 등을 돌릴 때는 기괴한 스릴러 영화가 되곤 합니다. 흉하게 깨진 거울, 파경(破鏡)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송송 커플'이 내놓은 이혼의 변은 일단 차분하고 반듯합니다. "서로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싶다" "둘의 다름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했지요. 그래서 푸틴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서서 이혼을 밝히면서 했던 말을 떠올려봅니다. "이건 교양 있는 이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결혼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 후에는 반쯤 감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송송 커플이 2년도 안 돼 서로 참아내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요. 모든 것을 누릴 것 같은 부부에게도 무언가는 구멍처럼 뚫린 것이 있고, 어쩌면 그것이 현실의 부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6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우아한 이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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