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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베는 무엇을 노리고 있나?

등록 2019.07.02 21:46

수정 2019.07.02 21:52

2005년 영화 '게이샤의 추억'이 공개되자 중국이 분노로 들끓었습니다. 일본 게이샤로 출연한 장쯔이가 일본 배우와 찍은 정사 장면이 반일감정에 불을 지른 겁니다. 장쯔이에게는 "영혼과 나라를 팔았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중일전쟁에서만 중국인 2천만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그리고 마오쩌둥은 그 한(恨)을 지지기반으로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후계자 덩샤오핑은 달랐습니다. 1978년 일본에 찾아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했습니다. 일본 자본과 기술을 얻어내 개혁개방의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센카쿠열도 분쟁 때 시진핑 주석은 일본을 르커우, 왜구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더니 지난해 아베 총리와 만나 33조원 통화 스와프와 해외시장 공동진출에 합의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관함식에 욱일기를 단 일본 군함을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일본을 최대한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습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국익만이 영원하다"는 외교 격언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은 센카쿠 분쟁 때 일본에 '희토류 수출금지' 카드를 꺼내 일본을 압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이 한국을 향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라는 비수를 겨눴습니다. 중국에게 당하면서 배운 나쁜 짓을 한국에 그대로 써먹은 겁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은 이미 예견됐던 일입니다. 아베 정권이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이미 오래 전에 분명히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한일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화웨이 사태에 이어 또다시 정부의 외교 부재가 민간 경제에 큰 짐을 떠넘긴 셈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능한 정치 지도자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갖춰야 한다" 한 바 있습니다. 국익을 위해서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를 챙길 때는 챙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본 방문에 앞선 인터뷰에서는 "천황이 방한하실 때 한국 국민이 따뜻하게 환영할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일본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실용적 발상이었고, 그의 방일 후 일본 내 한국 호감도는 90%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에게 일본은 좋든 싫든 이웃으로 지내야 할 운명입니다. 과거사 문제에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든 일본의 치졸한 처사가 밉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최대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가 된 듯합니다.

7월 2일 앵커의 시선은 '아베는 무엇을 노리고 있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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