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전체

오징어잡이배 먹물 흔적 묻자…北선장 "배에선 물만 내뿜어"

등록 2019.07.03 16:18

삼척항으로 귀순한 북한 목선의 선장이 정부 합동조사에서 처음엔 기관 고장으로 표류했다고 진술했다가 말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고 정부가 3일 밝혔다. 또 선원 4명 중 2명은 처음엔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나중에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선원 4명 중 2명은 귀순했고 2명은 북으로 송환됐다.

최병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북한 목선 귀순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귀순자 2명은 최초 출항 시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차장은 "선장은 귀순 의사를 처음부터 밝히면 한국 언론을 통해 귀순 사실이 즉각 알려져서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염려해, 동료들과 사전 토의한대로 기관 고장으로 표류해왔다고 진술했다"면서 "(그러나) 실제 송환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나중엔)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다른 귀순 선원에 대해선 "'선장이 솔직하게 다 말했다'는 조사관의 말을 듣고 북으로 귀환하겠다는 진술을 번복하고 귀순 의사를 나타냈다"고 했다.

이들이 타고온 배에 보충용 연료와 어획물이 없었던 것에 대해선 "선원들은 지난달 9일 출항할 때 250kg의 유류를 싣고 있었다"며 "2회에 걸쳐 어장에서 잡은 오징어 약 110kg을 인근 (북한)상선에 넘기고 유류 60kg과 식료, 화폐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이들이 타고 온 목선은 무게 1.8t에, 28마력 엔진을 장착했으며, 경유 1L로 4.1km 가량을 운항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 차장은 "배의 총 이동 거리는 약 700km"라면서 "출발지에서 어장을 거쳐 삼척항까지 운항하기에는 충분한 (유류) 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표류를 가장하기 위해 얼마 가량의 유류를 바다에 버리고 입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차장은 오징어잡이를 한 배로 보기에 어려울 정도로 선박이 깨끗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조업활동을 지난달 11일과 12일 2회 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징어는 그물을 들어올릴 때 먹물을 많이 내뿜고, 이후에는 물만 내뿜어 선체에는 먹물이 많이 묻지 않았다"면서 "목선의 경우, 물이 내부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씻겨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박 안에 그물이나 오징어잡이용 전등이 없는 것에 대해선 "그물은 애초 15대를 갖고 출항했고 그중 10개를 사용하다가 2개는 그물이 엉켜서 절단해 버렸고, 6월 13일 울릉도 인근에서 배수펌프 고장으로 물을 빼내는 과정에서 작업에 방해가 돼 사용했던 그물 모두를 바다에 버려, 배 안에는 사용하지 않은 그물 5대만 남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이 목선은 오징어를 '채낚기'가 아닌 '자망' 투망식으로 조업을 해 전등이 필요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선장과 선원 1명 등 2명이 군복 차림이었던 것에 대해선 "북한에선 군복을 작업복으로 입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특수부대에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얼룩무니 군복은 2015년부터는 전방부대에도 보급되고 북한 내 시장에서도 작업복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복을 입고 있던 선원에 대해선 "선장이 출항 전 함께 탈북하기로 계획한 선원에게 출항 검열에 대비해 '깨끗한 옷을 입고 오라'고 시켰고, 해당 선원은 가장 깨끗한 옷이 '인민복'이라고 생각해 이를 입고 승선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인민복을 입은 선원은 어로활동 허가를 받은 정식 어부가 아니기 때문에 출항 검열 당시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러 왔다'고 했다가 출항 직전 배에 탑승한 조사됐다고 정부는 밝혔다. 최 차장은 "인민복을 입고 온 선원은 승선 이후 따로 챙겨온 작업복으로 바꿔 입었다"면서 "삼척항 입항 전 선장이 '행색이 초라하니 출항시 입고 온 인민복으로 갈아 입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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