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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한여름 밤의 꿈

등록 2019.07.05 21:48

수정 2019.07.05 21:52

양 치는 산골짝 소년에게 주인집 소녀가 식량을 갖다 주러 왔다가 소나기에 발이 묶입니다. 목동은 소녀에게 오두막을 내주고 바깥에 나앉습니다. 잠을 설친 소녀도 나옵니다.

7월 밤하늘을 가르고 별똥별이 흘러갑니다. 소녀가 저게 뭐냐고 묻자 소년이 말합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라고. 소녀는 소년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듭니다.

수많은 별 중에 가장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목동의 어깨에 잠들었습니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입니다.

구수한 이야기꾼이었던 소설가 이문구는 맑고 고운 동시도 여럿 남겼습니다.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흘러갔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벌써 한여름입니다. 장마 대신 폭염이 몰아친 밤입니다. 더위에 뒤척이는 사람들에게 밤하늘은 큰 위로였습니다.

우리 도회지의 여름 밤하늘도 청록 바다처럼 짙푸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소금가마를 풀어놓은 듯 온통 별이 흩뿌려져 있었지요. 짧지만 아름다운 밤이 있어 여름은 견딜 만했습니다.

여름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6천개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창을 열고 하늘 한번 쳐다보십시오. 서울 밤하늘에서는 은하수는커녕 별 서너 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공해에 찌들고 밤새 불 밝히는 도시에서는 하늘도 희뿌옇게 뜬 눈으로 날을 지샙니다.

우리는 전체 면적 중에 무려 89퍼센트가 인공조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G20 국가 중에 두 번째로 심각하고 호주보다 백배 나쁩니다.

창립 백년을 맞은 국제천문연맹은 '모두의 밤하늘 백년'을 올해 주제로 내걸고 인공조명 줄이기 캠페인을 한 해 내내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2013년 '빛 공해 방지법'을 만들었지만 흐지부지하다 경기도가 오는 19일부터 규제를 시작한다는 소식입니다. 가로등 광고등 건물장식등 밝기를 기준치 이하로 낮추겠다고 합니다.

인공조명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당장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별이 빛나는 밤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럼 혹시 이 어수선한 세상에 무더운 여름 나기가 좀 수월해 질지도 모를 일이지요.

7월 5일 앵커의 시선은 '한여름 밤의 꿈'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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