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검사 윤석열

등록 2019.07.09 21:44

수정 2019.07.10 22:16

2013년에 나온 영화 '관상'의 포스터입니다. 송강호의 귀밑 수염이 이렇게 갈기털처럼 솟구쳐 있는데, 조선 후기 선비 화가 공재 윤두서 자화상을 본떴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하의 송강호도 공재의 위엄과 기개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인 듯 보입니다.

공재의 얼굴에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권력 앞에 비굴하지 않을 반골 기질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수염 한 올도 빠뜨리지 않았듯 스스로에게 엄격했습니다. 그는 명문가 자손이었지만 당파싸움에 질려 평생 학문과 서화에 몰두했습니다. "매화는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후배 법조인들의 존경을 받는 '법조 삼성' 동상입니다. 이중에 오른쪽 최대교 검사장은 이승만 대통령 양딸로 불렸던 임영신 장관의 직권남용을 수사했습니다. 정권이 그를 회유 협박하다 못해 대통령이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소 여부는 검사 권한"이라며 재판에 넘긴 뒤 옷을 벗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정치 논리에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열아홉 번 말했습니다. 정치 중립을 지키겠다고 다짐했고, 정당하지 않은 법무장관 지시는 거부하겠다고 했습니다. 윤 후보자에게는 강골 검사, 반골 검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닙니다.

노무현 정부 때 안희정 강금원씨를 구속했고, 이명박 정부 때 BBK 특검팀에 참여했고,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대선개입을 수사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검사가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정권의 국정과제 1호, 적폐수사를 앞장서 지휘했습니다. 정치 중립을 약속했던 검찰총장은 이미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통령을 거역하면서까지 이 약속을 지키려 한 검사를 찾으려면 이승만 시대까지 거슬러가야 하는 것이 우리 검찰의 역사이자 현실입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지명해준 것을 어떻게 생 각하느냐는 질문에 윤 후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쎄 뭐, 많이 부담이 됩니다"

그 부담을 떨쳐내고 검사로서 삶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제부터 판가름 날 것입니다.

7월 9일 앵커의 시선은 '검사 윤석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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