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진정한 용기

등록 2019.07.12 21:48

수정 2019.07.12 21:57

17세기 후반 스페인 탐험가들이 단편적인 신대륙 정보를 짜맞춰 "캘리포니아는 섬" 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엉뚱한 지도를 만듭니다. 지도를 들고 간 선교사들은 캘리포니아 서쪽 해안에 내린 뒤, 다시 바다를 건널 생각으로 배를 분해해 싣고 다녔지요. 죽을 고생을 치른 선교사들은 "지도가 잘못됐다"는 편지를 거듭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도 제작자들은 "당신들이 엉뚱한 데 가 있다"고 고집을 피웠고, 잘못된 지도는 36년 뒤에야 고쳐졌습니다. 지도를 중요한 국가 정책방향이라고 친다면 그 사이 나라가 망하고도 남을 일입니다.

우리 정치 일화도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1991년 정치에 입문해 김대중 당시 민주당 총재 집에 인사를 갔습니다. 김 총재는 아침 밥상에서 홍어 한 점을 집어 건넸습니다. 김 의원은 처음 먹어보는 홍어를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고 쩔쩔맸습니다. 그러자 김 총재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먹는 거 하나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세상입니다. 현실을 풀어갈 때는 상인 같은 현실감각이 필요하지요. 정치를 하려면 국민보다 반 발만 앞서 가야 합니다" 

최저임금이 2.9%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지만 이미 오를대로 오른 뒤여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표정은 어둡기만 합니다. 그래도 정부의 중요한 정책 하나가 과속을 멈춰 다행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엄중한 경제현실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지요. 내년 총선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설마 아닐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최저임금은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의 중요한 기반인 만큼 정책 전반에 유연한 변화가 기대됩니다. 경직된 52시간 근무제도 그렇고, 다가오는 개각에서도 새로운 인사 형태를 보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코드인사 보은인사를 끝내야 한다"고 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의 쓴 소리처럼 말입니다. "민심을 동반하지 않거나 민생 뜻을 거슬러서는 어떤 개혁도 혁신도 동력을 상실합니다…"

이 산이 아닌가 봐'라는 우스갯말도 있습니다만, 지금 절실한 것은, 아닌 건 아니라고 인정하고 새 길을 찾아가는 용기입니다.

7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진정한 용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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