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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EU 대통령이 된 7남매 엄마

등록 2019.07.19 21:46

수정 2019.07.19 21:56

일곱 아이가 일곱 음계를 하나씩 노래하며 '도레미 송'의 흥겨운 화음을 빚어냅니다. 무지개처럼 어우러지는 7남매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입니다. 1930년대 이야기여서, 아이가 일곱이어도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요.

우리 TV에서도 7남매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1977년이었으니까 4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요즘 시선으로 보면 참으로 이색적인 풍경이겠습니다만, 당시만 해도, 주제가처럼 즐거운 가족극이었습니다. 복지부 장관이 "애국하는 심정으로 다섯만 낳아달라"고 부탁하고 다니던 시절이 불과 10년 전입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고는 해도 요즘 같았으면 '인권 침해'라며 사퇴 요구가 쏟아졌을 겁니다. 다자녀에 대한 마트 할인부터 정부 혜택 그리고 일반 인식까지, 다둥이 기준이 둘까지 내려간 세상이니까 말입니다.

오는 11월부터 5년 동안 유럽연합을 이끌 집행위원장으로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선출됐습니다. 28개 회원국을 거느린 EU의 첫 여성 수장이라는 기록보다 더 우리 눈길을 끄는 게 있습니다. 2남 5녀의 엄마라는 사실입니다. 부인과 의사였던 그는 7남매를 키우며 의대 교수로 일하다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지난 14년 여성가족부 장관, 노동장관을 거쳐 국방장관까지 직업이 장관이었습니다. 그는 'EU 대통령'까지 오른 비결을 이렇게 말합니다. "육아는 주로 남편이 맡는다. 더 많은 남자들이 내 남편을 본받아야 한다…" 그의 남편은 의사이자 기업 대표입니다. 육아휴직과 출산혜택 같은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회 인식과 양육 문화가 받쳐줘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우리는 지난 7년 133조원을 퍼붓고도 출산율은 1.19명에서 0.98명까지 떨어졌습니다. 무효과를 넘어 역효과가 났다고 해야 할 지경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보다 양육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건 아닐지요? 다들 '이제는 아이 키울만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저출산은 풀려갈 겁니다. 휴일 놀이터나 공원에 혼자 유모차 밀고 나오는 아빠가 더 많아지는 시절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7월 19일 앵커의 시선은 'EU 대통령이 된 7남매 엄마'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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