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자뉴스9

[CSI] '1588' 고객센터 전화…무료가 아니네?

등록 2019.07.22 21:33

수정 2019.07.22 21:40

[앵커]
기업의 대표번호는 '1588', '1577'로 시작하는 8자리 번호죠. 그런데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발신자인 소비자가 통화요금을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 아셨습니까? 예를 들어, 제품의 AS를 위해 전화를 해도 소비자가 요금을 부담하는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기업이 통화료를 부담하는, '14'로 시작하는 대표번호를 만들었지만, 대다수의 기업은 이 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소비자탐사대 황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품과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거나 불만 있을 때 공급업체로 연락하는 고객지원센터 또는 대표번호. 기억하기 쉽게 1566, 1588 등으로 시작하는 8자리 번호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원하는 직원과 통화하려면 과정이 복잡하고
"XX는 1번, XX는 2번...."

한참을 기다리기 일쑤.

A사 고객센터 연결음
"계속 기다리시려면 1번을 눌러주시거나 잠시후 다시 연락부탁드립니다."

안희자 / 서울 무악동
"(1588,1577 이런 번호를 쓸 때 어떠신지?) 원하는 것을 듣기 위해서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숨이 막혀."

그런데 이들 번호로 전화하면 통화료는 발신자, 즉 소비자가 부담합니다. 15나 16 시작번호 분당 통화료는 유선전화가 24원, 핸드폰은 19.8원입니다.

(홈쇼핑) 고객센터 전화연결이 얼마나 걸리는지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모든 상담원이 통화중입니다."
"(왜 이렇게 통화가 어려워요?) 저희가 전화량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고객센터 상담원 연결까지 8분40초가 걸렸는데 금액은 350원이 나왔습니다.

휴대전화 무제한 요금제라도 이들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요금을 낼 수 있습니다. '부가통화'로 분류돼 월 50분 이상이면 과금되기 때문이니다.

통신사들이 2017년 이들 대표번호 이용자에게 거둔 통화료는 50억분 어치, 5400억원에 달합니다.

양유정 / 경기도 고양시
"무료 아닌가요? 이렇게 유료라고 하니까 조금 그렇죠. 속은 기분?"

소비자 부담을 없애려면 수신자 부담인 080 번호를 대표 번호로 하면 되는데 꺼리는 업체가 많습니다.

B사 관계자
(080으로 시작되는 무료번호 없나요?) "저희는 없어요. 저희가 수신자 부담으로 대표번호를 할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D사 관계자
"(번호가) 길죠. 080-XXX-XXXX번인데 1588은 그것보다 짧죠."

정부는 지난 4월 14로 시작하는 수신자 부담의 여섯자리 대표번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세 달이 지난 지금 이 대표번호를 사용하는 기업은 20곳에 불과합니다.

통신사 관계자
"좀 망설이는 것 같습니다. 기업 윗분들이 현재는 안 나가던 돈이 나가는..."

심지어 공공기관까지 민원처리센터 등 번호를 여전히 유료번호로 사용합니다.

윤명 /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소비자가 만족할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화하는데) 이런 부분의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건 조금 부당하다."

하지만 변경을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과기부 관계자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사항이지 강제할 수가 없어 가지고...권고죠."

비용과 불편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고객지원 대표번호,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소비자 탐사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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