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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록 2019.07.22 21:48

수정 2019.07.22 21:55

물 위에 떠서 미끄러지듯 걷는 벌레가 있습니다. 몸 길이 1cm 남짓한 소금쟁이입니다. 시인은 소금쟁이의 가벼움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일생 물에 붙어살면서 한번도 물에 빠져보지 못하는 몸… 허우적거려본 자만이 삶의 깊이를 잴 텐데. 호되게 물먹어본 자만이 숨 막힘을 맛볼 텐데… 제 삶의 가벼움이, 참을 수 없는 갈증인 소금쟁이…"

또다른 시인은 정치인들을 석 줄 인물 시로 평하면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이렇게 권했습니다.

"꽃은 떨어져야 열매 맺는다. 지기 전에 거두려면 진흙밭으로 가라. 가서 발목 적시고 연꽃이 되라."

조국 민정수석이 국민 또는 지지자를 향해 "일본에게 쫄지 말자"고 했습니다. 잘 아시듯 '쫄다'는 '겁먹다'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입니다. 그의 눈에는 지금 우리 국민이 지레 겁을 집어먹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엔 정부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겨냥해 사극에나 나올 법한 "무도하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 막돼먹었다는 뜻이지요.

그는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와 만나 초당적 협력을 얻어내려고 애쓰던 날, 이런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다…"

이틀 뒤부터는 연일,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친일파로 매도했고. 문재인 정부가 서희의 외교와 이순신의 전략을 겸비했다며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자신들과 다른 의견에 무조건 반역의 딱지부터 붙이는 전체주의의 망령이라도 되살아난 듯합니다.

어제 어느 진보 칼럼니스트가 던진 이 말처럼 말입니다. "이견은 모조리 이적이며 매국이라는 선동을 이제 자유주의 세력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조국의 '애국과 매국' 발언은 개인의 존중이라는 자유주의의 기본조차 팽개치는 자기 모독의 소리다…"

그런데도 권력 내부에 그의 치기 어린 선악 이분법과 거친 언사를 말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참모라는 본분을 잊었거나 아니면 과도하게 즐기는 듯합니다. 자신의 말이 대통령의 뜻으로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모를리 없습니다.

'쫄지 말자' 조국 수석이 국민들에게 던진 이 근거 불명의 격문에 오늘은 제가 한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조국 수석 쫄지 마시라" 그대 뒤에는 5천만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이 버티고 있으므로…

7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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