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이 보는 아빠

등록 2019.07.30 21:46

수정 2019.07.30 22:03

아이 가진 여직원을 자상하게 배려하는 사무실 풍경이 이어집니다. 1년 육아휴직도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보건복지부 공익광고입니다. 그런데 끝부분에 배우자 출산휴가를 내고 비어 있는 남자 직원 책상이 잠깐 스쳐 지나갑니다. 2011년 광고였으니까 그때만 해도 아빠들의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드물고 생소했던 듯합니다.

2000년 블레어 영국 총리의 부인이 넷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남편에게 출산휴가를 내라고 했습니다. 블레어는 처음엔 버티다 아기가 태어나자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2주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국민 눈치가 보였던지 휴일 근무체제로 일하는 편법을 썼지요.

10년 뒤 총리에 선출된 캐머런이 다우닝가 관저에 입성할 때 사진입니다. 부인의 눈을 맞추며 만삭의 배를 사랑스럽게 어루만집니다. 그리고 석 달 뒤 부인의 넷째 아이 출산에 맞춰 2주 휴가를 떠났습니다. 영국에서 그보다 강력한 아빠 육아 캠페인도 없었을 겁니다.

우리도 법에 따라 배우자 출산휴가를 유급 사흘, 무급 이틀까지 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를 열흘까지 주는 직장이 부쩍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20일 유급 휴가를 주거나, 한 달 휴가를 의무화한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날, 퇴근하고 저녁 늦게 아내와 아기를 보러 간다던, 간 큰 남편들은 이제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입니다.

양육문화의 변화를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빠 육아휴직입니다. 올 상반기 육아휴직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아빠였습니다. 유급 육아휴직제도가 시작된 2001년 단 두 명이었다가 올해 처음 2만명을 넘어설 거라고 합니다. 통계에서 빠진 공무원과 교사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겠지요. 휴가 급여액이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애 키우는 아빠를 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지난해부터 남자 직원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어느 기업의 이미지 광고입니다. "아이가 크는 만큼 아빠도 자란다" "좋은 아빠로 돌아오세요…" 가정도 세상도 그렇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7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아이 보는 아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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