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자뉴스9

[CSI] "160채 집주인이 내줄 돈 없대요"…갭투자 피해 확산

등록 2019.08.05 21:32

수정 2019.08.05 23:10

[앵커]
전세금을 받아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을 이른바 '갭투자'라고 하죠. 그런데 대출 억제,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찾자 '갭투자자'들은 파산에 이르렀고, 도미노 현상으로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떼일 위기에 처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책은 없는 건지 소비자탐사대, 황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세가 1억원대 다세대 빌라가 촘촘히 모인 경기도 한 주택가. 주민 상당수가 생각지도 않았던 고통에 시달립니다.

22평 다세대 세입자 김 모씨는 전세계약 만기가 다가왔지만 집주인이 보증금 1억 원을 안 내줘 발만 동동 구릅니다. 새 아파트 이사 계획이 무산된 건 물론, 오히려 전세집이 경매로 넘어가 거리로 나앉을 판입니다.

김 모씨 / 전세 세입자
"신혼 첫 집이었거든요. 9월달에 경매 통지서가 날아왔어요. (집주인이)저희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거죠."

인근 주민 이모씨는 전세계약 만료 2달 전 갑자기 신탁회사로부터 퇴거하란 연락을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집 주인이 자신도 모르는 새 집을 신탁회사에 넘겼습니다.

이 모씨 / 전세 세입자
"저희가 이사온 지 10일만에 바로 신탁(회사)으로 바로 넘겼더라고요."

이들 집 소유자는 경기도 광주 일대에 다세대주택 160여 채를 가진 임대사업자 A씨. 전세가율이 70~80%로 높았던 시기 전세금을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로 임대사업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보증금과 대출이 집값 보다 커지면서 사실상 '깡통전세'가 된 겁니다. A씨에게 보증금을 못받았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세입자는 수십여명.

최 모씨 / 전세 세입자
"현금 돌려막기 아세요? 저 그렇게 생활하고 있어요."

하지만 A씨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A씨 / 집주인
"저를 모함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소송)한 거라고요. 세입자들 눈에 눈물 나게 하는 일은 한번도 없었어요. 저희 회사 다 망하게 했어요."

갭투자 피해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보험사가 전세금을 내준 경우가 2년 전 33건에서 지난해 372건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만 617건에 달했습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등에도 갭투자 피해 구제 민원이 줄줄이 올라옵니다.

심교언 / 건국대 부동산학과교수
"정부규제 때문에 가격이 더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세입자가 자기 돈을 온전히 못 받는 경우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개별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는 외엔 뚜렷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깡통전세 피해를 막으려면 세입자가 사전에 꼼꼼히 전세가율을 확인하고 전세금보증보험에도 가입하는 게 좋습니다.

김가헌 / 변호사
"부동산에 얽혀있는 권리관계를 확인해 보셔야 하고, 집주인의 재무상태가 어떤가, 이 두 가지가 필수적인 거죠."

하지만 깡통전세 피해가 몰리는 빌라와 다가구주택 대부분은 보험 가입이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다가구와 빌라 세입자의 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는 방안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단 지적입니다.

김 모씨 / 전세 세입자
"밤낮 없이 주말 없이 일을 했는데...너무 피해자가 많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 속도는 너무 느리고..."

소비자탐사대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