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런 경찰

등록 2019.08.20 21:47

수정 2019.08.20 22:25

"내는 뭔데? 내가 니 '시다바리'가?"

이 영화 대사처럼 일본어 잔재가 유독 많이 남아 있는 곳이 조폭 세계입니다.

"오까네는 쩐, 오야붕은 큰형님…나와바리라는 말도 OOO말(일본말) 아니냐…"

나와바리는 세력 영역이나 관할 구역을 뜻합니다. 그래서 조폭 영화에 제일 자주 나오는 일본말이지요. 이 말은 심지어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도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볼턴 미 안보보좌관의 방한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워싱턴 나와바리니까 워싱턴에 물어보라"고 황당한 답변해서 화제가 됐었지요. 이렇게 굳이 관할을 따져 떠넘기기로는 관청, 그 중에서 경찰만한 조직도 없을 듯합니다.

한강에 시신이 떠오르면 옆 경찰서로 넘기기 위해 긴 막대기로 밀어낸다는 얘기는 아직도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제 새벽 서울경찰청 안내실에서 벌어진 풍경은 경찰의 고질적 관할 타령의 백미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한강 몸통시신 사건의 살인범이 찾아와 자수를 했는데 경찰관이 종로경찰서로 가보라고 돌려보낸 겁니다. 당시 경찰청에는 직할 수사대 형사들이 당직을 서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내실 경찰관은 강력반 형사와 이야기하겠다는 범인 요구를 묵살했습니다. 결국 범인은 택시를 타고 종로서로 가서 어렵사리 자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을 보면 자수는 관할 지역이 아니라도 반드시 접수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부득이 다른 경찰서로 넘기더라도 '피의자 인도 서류'를 작성해 인수인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울 경찰청은 자수의 경우 매뉴얼이 없어서 빚어진 일이라고 엉뚱한 해명을 했습니다. 매뉴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상식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만합니다.

이 뿐만이 아니지요. 고유정 사건에서는 피해자 측에서 관련 CCTV 영상을 찾아줬을 정도로 경찰의 초동수사가 엉성했습니다.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에 앞서서는 주민들이 거듭 경찰에 신고하고 신변보호 요청까지 했지만 묵살했습니다. 버닝썬 사건에서 불거진 경찰 유착 의혹도 속시원한 진상 규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와 맞물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만 보통 시민 입장에선 이런 경찰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8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이런 경찰'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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