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자뉴스9

[CSI] 고급호텔 10% 봉사료, "안 내겠다" 했더니…

등록 2019.08.26 21:31

수정 2019.08.26 22:19

[앵커]
일부 특급호텔에서 결제를 하면, 이렇게 '봉사료'가 10%가 요구되죠. 대체 언제 생겨난 건가 따져보니, 40년 전 교통부가 제멋대로인 개별 팁을 금지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그 당시에 호텔 영업을 시작했던 특급호텔 등은 봉사료를 따로 받고 있지만, 최근 문을 연 호텔에서는 봉사료를 받지 않기도 합니다. '10% 봉사료를 내라'고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저희 취재진이 특급 호텔을 찾아, 이 봉사료를 내지 않겠다고 해봤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황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5성급 호텔 레스토랑. 커피와 수프를 주문했더니 잠시 뒤 종업원이 맛깔스럽게 내옵니다. 음식을 먹고 계산서를 받아보니. 3만2000원 음식 가격에 10% 부가세와 10% 서비스 차지, 즉 봉사료가 포함됐습니다. 서비스 받은 거라곤 물 한 잔이 전부.

"서비스라고 해 준 건 물 갖다준 거."

봉사료를 안 내겠다 했더니,

(어떻게 됐어요?) "어떤 법적 근거가 있냐고 하니까 그럼 빼주겠다고 해서 봉사료가 ‘0’원이 됐습니다. "

다른 호텔에서도 커피 두 잔을 시켰는데 10% 봉사료가 포함됐고, 내고 싶지 않댔더니 또 할인해줍니다.

A호텔 관계자
"계산서상에서 빠지는 건 아닌데 할인을 10% 이렇게 (해드릴게요).“

비싼 식사는 어떨까. 8만3000원 어치 햄버거를 먹고 봉사료를 못 내겠다고 하자 역시 빼주는데,

B호텔 관계자
"10% 할인을 해드려도 될까요."

이들 호텔에서 요구한 봉사료는 말 한 마디면 안 내도 됐습니다. 이런 봉사료는 왜 붙이는 걸까.

C호텔 관계자
"(호텔) 테이블을 이용하는 그런 것까지 모두 (봉사료) 포함이 되어있어요."

하지만 바로 들고나가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해도 봉사료를 요구하고,

D호텔 관계자
"저희가 따로 (봉사료를) 뺄 수 없어서…."

팁 개념으로 받는다는 호텔도 있습니다.

E호텔 관계자
(팁 같은 거예요?) "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돼요."

하지만 외국인 손님에겐 팁을 받고 봉사료도 따로 청구했습니다.

까를로 / 이탈리아인
"(봉사료가 가격에 이미 포함된 걸 알았나요?) 몰랐습니다. 전 팁을 주긴 했는데…."

팁을 이중으로 받은 셈입니다.

A호텔 종업원
"죄송합니다. 제가 이분한테 7000원을 받았거던요. 봉사료는 (계산) 다 포함이 돼있는데…."

그런데 호텔이 봉사료를 요구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10% 정률 봉사료는 40년 전 제멋대로인 관광업계 팁 문화를 정리하려고 정부가 권장한 비율. 하지만 이후 너도나도 10% 봉사료를 반 강제 부과해 문제가 됐고, 2006년 정부가 업계에 자발적 폐지를 권고했지만 일부 업체가 유지하는 겁니다.

A 호텔관계자
"예전 방식이 남아있어서 따로 10%를 표시한 거고"

E 호텔 관계자
"봉사료를 반드시 (법적으로) 폐지해야 된다는 게 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외국계 호텔은 대부분 봉사료가 없습니다.

F 호텔(외국계) 관계자
"손님들한테 제공해 드리는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가 따로 (봉사료) 기재는 안 하고 있거든요."

일반 소비자가 봉사료를 놓고 호텔과 분쟁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장진영 변호사
"손님이 줄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야 맞거든요. 중요한 부부 (봉사료)을 설명하지 않은 약관은 무효가 되는 거예요."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법적 근거 없는 봉사료 부과는 부적절하다고 유권해석했습니다.

김종석 / 국회 정무위원
"국회 정무위원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해서 감사의 표시로, 보상 차원에서 (봉사료) 드리는 겁니다. 일률적으로 봉사료를 부과하는 것은 일종의 소비자 기만행위로서..."

원치 않는 봉사료,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호텔 이용객
"황당하죠. 내래는데 안 낼 수 있나. 안 가는 수밖에 없지. 봉사료가 (근거 없다는 걸) 모르니까."

소비자 탐사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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