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느 안이한 아버지

등록 2019.08.26 21:47

수정 2019.08.26 21:54

시인 신경림은 어릴 적 날마다 막걸리 심부름을 다니면서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평생 "빚을 질 일을 하지 않았고, 취한 색시를 업고 다니지 않았고, 노름으로 밤을 지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아버지를 봅니다. 원망할 수는 있어도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가 아버지입니다.

소설가 조정래는 아버지가 대처승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철 들고 30년 뒤에야 고향 절 집에 찾아가 그 사실을 글로 고백했지요. 그러고 나서 아버지의 삶을 추적해 쓴 소설이 '태백산맥'입니다. 그는 아버지가 생전에 "태백산맥을 보니 자식 키운 보람이 있다"고 한 말씀을 어머니로부터 듣고 불효를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아버지의 인정과 칭찬은 자식이 일생에 받고 싶어하는 훈장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 집회에서 한 청년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조국 후보자 딸 같은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방송 앵커가 조롱했습니다.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짠하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없이 막되게 자라 버릇없다는 어떤 욕을 떠올리게 합니다. 모든 자식에게, 아버지를 걸고 하는 욕설보다 더한 모독은 없습니다. 이 모든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 조국 후보자는 "아이 문제에 안이한 아버지였다"고 했습니다. 겸허한 고백이라면서 한 말입니다만 한 가지 사실만 돌아보겠습니다.

그가 신문 칼럼에 "특목고가 입시명문이 돼버렸고 특목고 진학 혜택을 상위계층이 누리고 있다"고 쓴 것이 2007년 4월입니다. 딸을 외고에 입학시키고 한 달 뒤였습니다. 설사 아무리 안이한 아버지라고 해도 딸이 특목고 간 사실까지 모르고 이런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부판이라는 상상 속 벌레를 노래한 시가 있습니다.

"이 벌레는 무엇이든 등에 지려고 한다는데, 무거운 짐 때문에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 짐을 내려주면, 다시 일어나 또 다른 짐을 진다는데, 올라가다 떨어져 죽는다는데…"

조 후보자는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며 끝까지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국민도 그에게 힘에 부치는 짐을 지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8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어느 안이한 아버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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