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지소미아 파기, 그 후

등록 2019.08.27 21:46

수정 2019.08.27 22:06

2015년 중국 국영 CCTV가 중국인의 일제 비데 싹쓸이 관광을 보도했습니다. 우리 돈 35만원쯤 하는 비데를 서너 개씩 사가는 진풍경이 30년 전 우리 주부들의 일제 전기밥솥 쇼핑을 닮았습니다. 비데 관광은 중국인이 먹고 살만 해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만해도 중국산 비데는 엉덩이에 화상을 입기가 일쑤일 정도로 품질이 형편없었다고 합니다.

때맞춰 시진핑 주석은 "화장실 개조에 실패하면 민족 부흥도 렵다" 며 화장실 혁명을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아베 정부가 일제 비데를 중국에 싸게 보급하겠다고 맞장구를 치고 나왔습니다. 이 '화장실 외교' 이후 이어진 중국과 일본의 밀착은 잘 아시는대로입니다. "국익 앞에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외교 격언을 실감합니다.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협정, 지소미아를 파기한 뒤 혼돈스러운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지소미아 종료가 주한미군에 대한 위협을 키울 수 있다"고 썼습니다. 주한 미 대사관은 이 글을 한글로 번역해 SNS에 올렸습니다. 한국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미 의회도 나섰습니다. 하원 외교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에 깊이 우려한다"는 성명을 내면서 '무책임하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때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훈련은 완전한 돈 낭비"라고 했고, 중국은 '지소미아 파기가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라며 환영 성명을 냈습니다. 이 쯤되면 지소미아 파기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 뒤죽박죽입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를 파기하면서 국익을 위한 결정이며 그쯤으로 흔들릴 한미동맹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불똥은 주한미군 문제에까지 튀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이 연일 신무기를 공개하며 파안대소하는 사진을 공개하는 것도 예사롭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처칠은 히틀러로부터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악마하고도 손을 잡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 외교안보 정책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8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지소미아 파기, 그 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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