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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윤석열이 오른 첫 시험대

등록 2019.08.28 21:44

수정 2019.08.28 21:53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운노 요시오가 1981년 도쿄지검 특수부에 불려갔습니다. 재직하던 대학의 악기 구입을 둘러싸고 명품 바이올린을 뇌물로 받은 혐의였지요. 검사가 증거물로 바이올린을 내놓자 운노는 갑자기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이 일이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검사가 그런 명연주를 혼자 들었으니까 뇌물을 받은 것"이라고… 특수부가 얼마나 깐깐한 원칙주의 조직인지 말해주는 일화입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2009년 증거조작 사건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10년 넘게 국민 신뢰도 1위를 지킨 신화를 갖고 있습니다. 그 힘은 다나카 전 총리를 비롯해 살아 있는 정치권력을 거침없이 수사하고 원칙에 따라 처리한 데서 나왔습니다.

도쿄지검 특수부를 파헤친 책 '파워 검찰'은 1976년 다나카의 록히드 뇌물수사를 놓고 열린 검찰 수뇌회의로 시작합니다. 회의가 지지부진하자 도쿄 고검장이 입을 엽니다. "검찰이 망설인다면 앞으로 20년 동안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그러자 검찰총장이 지시합니다.

"책임은 모두 내가 진다. 마음껏 수사하라."

그렇듯 검찰을 받쳐주는 가장 큰 힘은 국민의 신뢰입니다. 그래서 윤석열 검찰총장도 취임사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스물네 번 말했을 겁니다. 윤 총장이 조국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하고 압수수색을 단행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권력 심층부와 사전에 교감 내지 소통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습니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기개 있게 칼을 들이대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일겁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검사' 윤석열은 이제 자의든 타의든 첫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뽑아 든 칼이 정치권력의 칼인지 국민의 칼인지는 이제 곧 국민이 먼저 알아차릴 것입니다. 모쪼록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굴하지 않았던 2019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이야기가 먼 훗날 한국 검찰의 기개를 상징하는 전설이 되길 바랍니다.

8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윤석열이 오른 첫 시험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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