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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물러남의 미학

등록 2019.09.02 21:48

수정 2019.09.02 21:58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평생 천 곳 넘는 섬을 다니면서 어느덧 아흔 살이 된 시인에게 바다는 집착을 비우는 곳입니다.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하지만 세속의 사람들에게 구차한 집착을 버리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한 사내가 뗏목을 엮어 강을 건넌 뒤 생각합니다. 뗏목에 들인 공이 아깝고 뗏목에게 진 빚이 있으니 메고 가야겠다고…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이 사내의 생각이 옳으냐고 물었습니다. 제자가 "뗏목을 지고 가면 고통스러운 짐이 될 뿐" 이라고 하자 석가모니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버릴 것은 일찌감치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조국씨가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지도 스무 날을 넘겨 달이 바뀌었습니다. 그 사이 말과 실제 삶이 다른 그의 본 모습에 여론은 뒤집혔고 청년들은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임명을 밀어붙일 조짐이 감지되면서 범여권에서 일제히 조 후보자 감싸기가 시작됐습니다. 유시민씨 같은 경우는 조 후보의 위선적 언행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아예 싸잡아 헛소리라고 했습니다.

"시험 치지 않습니다. 공부하지 않습니다. 학비 내지 않습니다. 우리 아빠는 조국입니다…"

저는 거리에 내걸린 이 플래카드에 젊은이들 심정이 잘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조국 사태에 관해 처음 낸 메시지에서 조 후보 딸의 입시의혹을 거론한 것도 우연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자"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신발을 신은 채 발을 긁는 경우"라고 합니다. 저만 이 느낌이 드는 것일까요?

저는 오늘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그가 그 동안 무엇을 성찰했는지 찾아 보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변명만 있었을 뿐 성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성찰하겠다고 했지만 성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낙화'라는 시 한줄 붙입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9월 2일 앵커의 시선은 '물러남의 미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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