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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백화점 명절선물 제값 내면 바보?"…'유명무실' 정찰제

등록 2019.09.09 21:41

수정 2019.09.09 22:11

[앵커]
백화점 하면 가격 정찰제, 재래시장 하면 '흥정'이 떠오르기 마련이죠. 그런데 백화점도 시장처럼 말 한마디에 흥정이 시작돼 명절 선물세트가 최대 26%까지 할인이 됐습니다.

백화점의 유명무실 정찰체, '소비자탐사대' 황민지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추석 대목을 맞은 백화점. 선물세트를 사려는 고객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이효경 / 서울 북아현동
"다른 데서 사면 가격이 다 다를 수 있는데 정찰제라는 게 좋아가지고 백화점에서..."

이예진 / 서울 대흥동
"제품이 믿을 만하기도 하고..."

백화점들은 명절 상품 안내책자까지 준비하고 판매하고 있는데요, 과연 정찰 가격이 잘 지켜지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가격이 53만원인 한우 세트로 흥정해봤습니다.

L백화점 직원
"45만원까지 끊을게요."

단번에 8만원을 깎았습니다. 정찰가 41만원 한우도 말 한마디에 26%, 11만원을 할인해줍니다.

L백화점 직원
"제가 30만원까지. 시원하게!"

8만5천원 애플망고 세트는 6% 할인에 선물까지 덤으로 줍니다.

L백화점 직원
"한 박스에 8만원씩. 서운하시면...대리님은 귤 한 박스 드리라고.."

정량은 제대로 지켜질까? 15개에 20만5천 원인 전복 세트. 흥정을 하자 전복 두 개, 2만7천원 어치를 더 주겠다고 합니다.

H백화점 직원
"그러면 17마리 넣어드릴게요. 이렇게 해서 300g이 넘죠."

취재진이 서울시내 백화점 9곳을 돌며 한우와 과일, 견과류 등 추석 선물세트 9개를 가격 할인을 시도했는데....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6%까지 단 하나도 빠짐 없이 모두 할인 받았습니다.

할인은 요구하는 고객에게만 은밀히 이뤄졌는데...

S백화점 직원
"조용히 해야지. 옆에서 듣잖아."

L백화점 직원
"원래 안 해줘요. 요즘에 조사를 해서."

백화점에서 한 번도 가격을 깎아본 적 없다는 소비자와 함께 시도해봤습니다.

H백화점 직원
"회사에다 물어봐야 하는데 팔고 욕먹어야지 뭐. 15만원에서 만 오천원 빼는 거야."

안희성 / 서울 이촌동
"진짜로 될 거란 생각을 아예 안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깎아주셔서 더 깎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결국 제 값을 치른 소비자만 손해보는 셈입니다.

L백화점 이용자
(할인해달라고 하니까 시장처럼 깎아주더라고요) 어머 그래요? 백화점에선 그냥 정찰제로 사는 줄 알았지."

백화점 측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S백화점 관계자
"저희가요? 저희는 예약판매 때만 할인을 해드리고 그 이후로는 정상가로 판매하고 있는데."
(그런데 또 빼주던데…)
"저희가 100% 다 잡을 수 있는,그런 건 사실상 쉽지는 않은 부분이긴 해요."

가격도, 정량도 믿을 수 없는 일부 백화점 명절 상술,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은희 /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소비자에게 사전적으로 판매 가격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가격 표시제'라고 하는데 그걸 지키지 않은 것은 법률 위반..."

믿었던 백화점의 배신에 소비자는 분통을 터뜨립니다.

S백화점 이용객
"기분이 안 좋죠. 백화점 오는 건 정찰제고 믿고 오는 건데... 굳이 여기 와가지고 정성스럽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소비자탐사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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