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머니

등록 2019.09.11 21:48

수정 2019.09.11 21:58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의자가 돼주는 것이라고, 시인은 어머니 말씀을 빌려 말합니다.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벌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시인의 어머니는 평생 농사만 짓다 어느덧 팔순을 바라봅니다. 구수한 충청도 말로 사는 얘기를 해주시고, 그걸 받아 적기만 하면 시가 됩니다.

'노루발'이라는 시도 어머니가 들려준 꿈 이야기입니다. 간밤 꿈에 아들이 노루로 나타났는데 다리가 셋입니다. 뒷다리 하나는 어디다 뒀냐고 묻자 노루가 울먹이며 말합니다.

"추석이라서 어머니 드리려고 다리 하나 푹 고았어요"

어머니가 말씀합니다.

"잠 깨고 얼마나 울었는지… 운전 잘해라. 뭣보다 학교 앞 건널목 지날 땐, 소금쟁이가 풍금 건반 짚듯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쓴다"

흩어져 살던 피붙이들이 일제히 그리운 곳으로 가는 행렬이 시작됐습니다. 고향집에서 자식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어머니 마음이 다 시인 어머니의 노루발 꿈 같겠지요. 어머니는 어릴 적 고향 마을에 드리운 저녁 연기처럼 늘 아련합니다.

"해가 지는 것도 모른 채 들에서 뛰어놀다가… 고개를 들면 보이던 어머니 손짓 같은 연기. 저녁 때도 모르는 나를 찾아… 논두럭 밭두럭을 넘어와, 어머니의 근심을 전해주던, 바로 그 저녁 연기…"

어머니는 가지에 하나 남은 마른 감입니다. "열매 다 털리고 푸르던 살과 뼈, 차근차근 내어주고 까맣게 매달린" 까치밥입니다. "무덤에 누워서도 자식 걱정에 마른 풀이 자라는" 어머니, "온갖 것 다 받아낸 창녕 우포늪 연꽃, 넓은 멍석 잎"입니다.

노시인은 생전에 자신의 묘비에 새길 시를 지어뒀습니다. "나는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니께 돌아왔습니다"

어머니는 육신의 발원, 마음의 고향, 삶의 등불, 안식처이자 귀착지입니다. 길이 막혀도 조바심 내지 말고, 길이 뚫려도 느긋하게 가서, 마을 어귀에 나와 계실 어머니 보듬어 드리십시오.

9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어머니'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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