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자뉴스9

[CSI] "립스틱, 반이 숨어 있었네!"…용량 표시는 어떻게?

등록 2019.09.23 21:44

수정 2019.09.23 21:50

[앵커]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필수품인, 립스틱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립스틱을 쓸 때 돌려서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십니까? 알뜰하게 속 부분을 파서 쓰기도 하지만 '얼마나 들어있겠어?'라는 마음에 버리기도 할텐데요, 저희 CSI팀이 '숨은 양이 얼마나 되나'... 다양한 제품을 분해해봤더니, 립스틱 속에 립스틱이 하나 더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품에 표시된 용량은 정확했을까요?

황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립밤, 립스틱, 립글로스, 틴트 등 입술을 꾸며주는 다양한 화장품. 그 가운데 끝까지 쓰기 가장 어렵다는 건 립스틱입니다.

부러지고... 잃어버리고... 무엇보다 아까운 건 더 이상 안 나오는 남은 부분.

안윤미/서울 중계본동
"(빼서 써보실 생각 해보셨어요?) 아니요. 다 묻고 불편하니까. 그런 적 없어요."

서지윤/서울 대흥동
"좀 아깝긴하죠. 통 속에 남겨진 부분은 얼마나 될까."

아무리 돌려도 나오지 않는 립스틱인데요, 시중에 파는 다양한 립스틱 속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공업용 톱과 펜치까지 동원해서야 숨은 속을 드러내는 립스틱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 숨어 있습니다. 20~30%는 보통이고 거의 절반이 남은 것도 있습니다.

"이거 나온 부분보다 숨겨있는 부분이 더 많은 거 같아."

9개 제품을 분해해 남은 양을 봤더니... 25%가 한 개, 30%가 4개, 40%가 3개였고, 50%, 절반이 남은 것도 있었습니다.

4만4000원짜리 이 립스틱은 나오는 곳까지만 쓴다면 2만2000원 어치를 버리는 셈입니다. 이들 립스틱 제품 평균을 내보니 약 37%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 통안에 얼마나 들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아니, 이게? 어? 어머?"

오수정/경기도 고양시
"좀 속은 기분이에요. 제가 쓰는 양은 거기 적혀있는 양의 절반도 안 되는 양인데."

안희성/서울 이촌동
"또 하나 나중에 새로 사라고 (많이 남게) 하는 게 아닐까요."

화장품 제조사들이 용량 표시는 어떻게 할까. 전체 용량이 4.5g인 제품은 나온 부분이 3g, 숨은 게 2g이고, 또다른 제품은 나온 부분이 2g, 숨은 용량이 1g으로 모두 합쳐도 표시 용량인 3.4g에 못 미칩니다.

A화장품 본사 관계자
"중량을 잴 때는 (립스틱) 굳혔을 때. 그것(전체)으로 무게를 잰다고 보면 됩니다. 그게 금형에 들어가게 되면 일부는 들어가지 않을 수가 있는 거죠."

B화장품 판매직원
"밑에 들어가 있는 내용물 자체도 별로 들어가 있지 않아요."

결국 제 값대로 쓰려면 소비자가 화장붓 등을 이용하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A화장품 판매직원
"립스틱은 원래 나오는 부분까지 쓰시는 거고요."

이도단/서울 천호동
"왜 그럼 잘 만들지 못 만들어서 그걸 못 쓰게 만들어요."

인터넷 등에는 알뜰한 소비자들 사이에 남은 립스틱을 쓰는 방법까지 공유되는 상황. 이 때문에 자원 낭비를 막고 소비자 권익을 더 고려한 립스틱 제품도 고안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지연/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굉장히 사업자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개선돼야.."

비용도 편의성도 좀 더 소비자를 위하는 립스틱 제품은 불가능한 걸까요?

소비자 탐사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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