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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법무장관의 집이 수색 당하던 날

등록 2019.09.23 21:49

수정 2019.09.23 21:55

2003년 '검사들과의 대화'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 옆에 강금실 법무장관이 배석했습니다.

판사 출신, 마흔여섯 살, 여성 변호사가 법무장관이 된 것부터가 노무현 정부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그의 톡톡 튀는 언행과 패션 역시 파격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특검법 문구를 놓고 싸우는 걸 보면서 "코미디야, 코미디"라고 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서열을 무너뜨린 인사라고 반발했을 땐 검사장급 이상 전원을 불러 폭탄주를 돌린 일화도 유명하지요.

그러나 장관직을 수행하는 건 순탄치 않았고, 1년 반 만에 교체될 땐, "떠날 때는 말없이", "너무 즐거워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강금실 / 당시 법무장관
"놀아야죠… 스페인도 가고, 파리도 가고…" 

당시 사람들은 이런 강 장관을 보면서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었음을 실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강금실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젊고, 잘 생기고, 검찰 경험이 없는 개혁적 인물이라는 점이 우선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화두로 두 사람은 연결돼 있습니다.

하지만 물러설 땐 너무나도 쿨 했던 강 장관과 조국 장관은 달라도 너무 다른 종류의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현직 법무장관인 자신의 집이 압수수색 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에도 조국 장관은 여전히 초연해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할 때는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 

tv로 생중계 된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는 당시 시청률 27퍼센트를 넘길 만큼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조 장관이 지난 20일 비공개로 시작한 검사와의 대화는 단체 기념사진도 찍지 못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썰렁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검찰 개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은 검사와의 대화는 물론, 가던 길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수 없는 의혹의 산 앞에서, 그 의혹을 조사하는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자신감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9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법무장관의 집이 압수수색 당하던 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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