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끝까지 간다

등록 2019.09.24 21:47

수정 2019.09.24 21:53

영원한 반항아 제임스 딘이 방황하는 젊음을 격정적으로 연기한 걸작 '이유 없는 반항' 입니다. 

"절벽 끝으로 내달리는 거야. 먼저 뛰어내리는 자가 겁쟁이가 되는 거지…" 

마지막 순간 제임스 딘은 차에서 탈출하지만, 경쟁자는 문고리에 옷이 걸려 차와 함께 곤두박질칩니다. '치키 런'이라는 이 내기는 '치킨 게임'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이었습니다.

치킨게임에서 '치킨'은 속어로 '겁쟁이'를 뜻합니다. 두 자동차가 마주보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다 먼저 방향을 트는 쪽이 치킨이 되는 겁니다. 치킨 게임은 이제 현실세계의 무모한 오기 대결을 가리키는 정치-경제 용어로 쓰이고 있지요. '되돌릴 수 없다'는 이 영화 포스터처럼 말입니다.

현직 법무장관 집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도 상황은 바뀐 게 없습니다. 그 동안 조국 장관은 "나는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족은 몰라도 자신은 법적 혐의로부터 자유롭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압수수색을 당하자 "강제 수사를 경험한 국민 심정을 절실히 느낀다"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조윤선 장관 집이 압수수색 당했을 때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며 수사를 받느냐"던 트위터 글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집권당에서는 "검찰이 별건 수사를 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조 장관 집을 압수수색한 건 지금까지 수사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일이지요. 별건 수사는 이런 경우 쓰는 표현이 아닙니다.

그리고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습니다. 말을 해야 할 사람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의 구분이 뒤죽박죽이고,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도 없는 대혼란이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귀를 닫고서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게 어디 조국 사태뿐이겠습니까. 대통령이 경제도, 외교도, 남북문제도 모두 '마이 웨이'를 외치는 지금 상황에 국민들은 숨 막혀 하고 있습니다. 

소통과 대화가 꽉 막힌 세상, 그 속에서 시인은 관계와 유대, 공감의 오아시스를 꿈꾸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 마음이 그러할 겁니다.

9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끝까지 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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