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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감대책회의' 논란…"국감 보이콧 검토" vs "정례 당정협의"

등록 2019.09.27 16:15

수정 2019.09.27 18:28

與 '국감대책회의' 논란…'국감 보이콧 검토' vs '정례 당정협의'

문화체육관광부가 24일 작성한 '정기국회 관련 주요 일정 및 사전 점검회의 계획' 자료(왼쪽)와 26일 국회 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비 당정협의' 회의장(오른쪽). 일정표엔 '24일 국정감사 예상쟁점 민주당 보좌진 설명', '26일 국정감사 대비 당정협의 - 국정감사 예상 쟁점 점검'이라고 적힌 회의 일정이 포함됐고, 회의장엔 '국감예상쟁점' 자료가 참석자 자리마다 놓였다.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피감기관과 '국정감사 예상쟁점' 자료를 두고 대책회의를 연 것에 대해 "국회농단 사건"이라며 "국감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무리 여당이라도 국정감사에서 만큼은 행정부를 통렬하게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며 "여당이 피감기관과 국감대책회의를 가졌다는 건 한마디로 짬짜미 국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어제(26일) 자유한국당을 두고 '내통' 운운한 여당은 본인들이야말로 '내통협작회의'를 한 것"이라며 "(여당은) 증인 보이콧으로 청문회와 국감을 무력화하려고 하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국정감사 대본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감 무력화를 넘어서 한해 정부 운영을 평가하는 국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대한 배신과 불신"이라며 "여당은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당일 가진 회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박인숙 의원은 이날 같은 회의에서 "어제(26일) 국회에서 민주당 문체위 위원들이 국감을 앞두고 피감기관인 문체부·문화재청과 함께 국감 예상쟁점에 대한 대응책을 사전 모의하는 밀실회의를 가졌다"면서 "민주당 문체위 의원들과 박양우 문체부 장관, 정재숙 문화재청장, 주요 실·국장 등이 대거 참석해 국감을 코앞에 두고 정부와 여당이 사전에 말맞추기를 모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과 정부부처는 이 모임을 정례적인 당정협의라고 변명하지만 당정협의 업무 관련 국무총리 훈령에 따르면 당정협의 업무 범위는 국가 경제와 민생 현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예산안으로 규정한다"며 "국감 쟁점사안과 대응방안에 대한 사전모의는 오히려 민생 현안과 관련된 정부 실책에 대한 방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당정협의의 사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문체부·문화재청이 작성한 '국감 예상쟁점' 자료를 들어보이며 "민주당만 보게 하는 설명자료도 배포했는데, 정부부처 인사와 전 여당 의원의 비위에 대한 쟁점 등이 자세히 다 들어있다"며 "대응 방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당정 협의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고 했다.

또 "이와 같은 행태는 민주주의 삼권분립 원칙의 근간을 흔든다"며 "정부와 여당이 국감을 앞두고 그들이 짜고 칠 수 있는 도박판과 같이 생각한 국회농단 사건이자 국민농락 사건"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정부의 나팔수 역할로 전락해서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국감 본연의 목적과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드는 국감 무력화 시도이자 부당거래 행위"라며 "정부를 견제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켜야 할 여당의원들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이대로는 국감을 진행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하고 국정감사 보이콧을 전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안민석 위원장과 박양우 문체부장관, 정재숙 문화재청장의 사과와 신속한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전날(26일) TV조선은 국회 문체위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피감기관인 문체부·문화재청이 국회 세미나실에서 연 비공개 회의 현장을 취재해 참석자 자리마다 놓인 '국정감사 예상쟁점' 자료와 '국감 대비 당정협의'란 회의명이 적힌 문체부 일정표를 공개한 바 있다.

문체부와 문화재청이 작성한 '국감 예상쟁점' 자료엔 주베트남한국문화원 비위 의혹에 대한 쟁점과 대응방향,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에 대한 한국당과 언론의 '제기 사항' 등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위 안민석 위원장과 신동근 민주당 간사, 박양우 문체부 장관 등 참석자들은 "매달 개최하는 정례적인 당정협의"라면서 국감대책회의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의원은 "워크숍 분임토의 후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는 회의로 알았다"면서도 "회의장에 국감 쟁점자료가 배포된 것은 분명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회의를 앞두고 TV조선의 취재가 시작되자 일부 참석 의원들은 문체부·문화재청 관계자들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가 작성한 '정기국회 관련 주요 일정'에 따르면 앞서 24일 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국감 예상 쟁점 민주당 보좌진 설명' 회의가 담당 사무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바 있다.

안민석 위원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월 1회 이상 여는 정기 당정협의를 개최한 것"이라며 "정기국회 대비 주요정책 과제를 점검·협의한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라고 반박했다.

"논의 내용도 지방체육회장 선출, 훈민정음 상주본 회수대책, 욱일기 대책 등 정책협의였다"라며 "부적절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또 "당정협의 관련된 내용인데 상임위원장에게 왜 사과를 요구하느냐. 맞지 않다"면서, 다만 "정부 보고자료 제목이 '국정감사 예상쟁점'으로 돼있어 오해를 부를 수 있어 자료를 무시했다"고 했다.

신동근 의원은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통의 오류로 민주당 전문위원이 부적절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 왔고 회의 때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적이 나왔다"면서 "그래서 당일 회의에서 그 자료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 전부 정책 현안 관련 협의였다"고 했다. 2009년 9월 한나라당과 방송통신위원회가 국감을 앞두고 연 당정간담회 안건에 '국감 예상 쟁점'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크게 반발한 바 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당시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국감은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해서 행정부의 살림살이를 견제할 수 있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우리들(의원들)의 무기인 셈"이라며 "국민의 대표자로서 그런 당당하고 신성한 권리가 이렇게 국감을 앞두고 공무원들의 여러 가지 불안한 문제를 들어주고 미리 위로하고 다독거리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김 의원은 "정부의 이런 뻔뻔한 일에 대해 여러 동료 위원들이 그냥 묵과하고 지나갔다는 것, 또 그 자리에서 이런 보고를 받았다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라며 "국민들이 국회에 부여한 권능을 의원 스스로 해태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병헌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감을 무력화시키는 행위일 뿐 아니라 당정협의의 권한과 범위를 엄밀하게 벗어난 불법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2006년 10월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산업자원부 국감에선 야당인 한나라당이 "산자위 열린우리당 간사인 서갑원 의원이 국감을 앞두고 14개 피감기관과 대책회의를 하고 국감 무력화를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서 의원은 "특별히 대책을 세우는 게 아닌 산자부 현안을 보고받는 자리로, 일상적 회의를 음모를 꾸미는 것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한 사례가 있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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