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가을이 오면

등록 2019.09.27 21:50

수정 2019.09.27 22:09

밥 딜런에 이어 다시 한번 대중음악가에게 노벨문학상이 돌아간다면 폴 사이먼 차지가 될 거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음유시인 폴 사이먼의 주옥같은 명곡들이 흐르는 영화 '졸업'입니다. 주인공은 연인을 운명처럼 만나고, 떠나보내고, 찾아 헤매다,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계절도 함께 흘러갑니다.

이 노래 '4월이 오면'을 닮은 시가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입니다.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슬픔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했습니다. 늦은 장마 지나 보내고 모진 태풍 둘이나 겪고서야 하늘은 마침내 평온해졌습니다. 건조한 남서풍이 불어와 대기의 습기가 마르면서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이 펼쳐집니다. 가을 햇살은 수채화처럼 온 세상을 투명하게 칠합니다.

햇살은 경춘선 철로변 호수에 떠서 고기 비늘처럼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고즈넉한 산사 마당, 야트막한 시골 돌담을 어루만집니다. 번잡한 도시에서도 가로수 이파리 사이로 살랑이듯 빛납니다. 한여름 정수리를 사정없이 내리쬐던 햇살은 어느덧 낮고 비스듬히 그리고 편안하게 가슴으로 스며듭니다.

가을 햇살은 일없이 쪼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가을은 사색하고 명상하고 관조하는 시간입니다. 욕망과 폭력이 뜨겁게 난무하는 여름을 지나 가을의 초입에서 사람들은 평정을 되찾습니다. 삶을 응시합니다. 

하지만 가을이 오도록 어지러운 세상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모릅니다. 세치 혀로 토해내는 갖은 요설과, 마음을 후벼 파는 독설과, 증오를 들쑤시는 욕설이 춤을 춥니다. 이제는 그 모든 아우성과 손가락질이 잦아들고 평온한 시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9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가을이 오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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