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누구나 노인이 된다

등록 2019.10.03 21:48

수정 2019.10.03 21:53

"이거 아닌가요? 아이고 미안해라…"
"미안해요. 여기가 아니잖아, 아니야…"

2년 전 일본에서 '주문을 틀리는 음식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 식당은 메뉴가 셋뿐인데도 주문한대로 음식이 나오지 않습니다. 샐러드에 스푼이, 커피에 빨대가 나오기도 합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가 손님에게 "내가 여길 왜 왔지?" 묻곤 합니다.

대부분 치매를 앓는 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손님들은 짜증내지 않고 할머니들의 옛날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줍니다. 치매환자 또는 노인을 위한 따뜻한 시선, 배려와 관용을 실험해보는 민간 프로젝트였던 겁니다. 현장을 담은 영상과 책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지요.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는 노인을 향한 학대와 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노인을 혐오하는 세상, 이른바 '혐로사회'라는 말도 일상용어가 됐습니다. 지난해엔 간호사가 입원한 노인 스무 명을 약물로 살해했다가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조국 폭풍'에 휩쓸려 지나갔습니다만 어제가 노인의 날이었습니다. 6년 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우리에게도 혐로는 더이상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노인 학대는 지난해 파악된 것만 5천2백건, 4년 전보다 50% 가까이 늘었습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갈수록 노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넷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노인 비하 신조어가 넘쳐납니다. 청장년 열에 아홉은 "노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노인을 소통 불가능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얘기입니다. 노인들의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이 OECD 최악인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그림 형제의 동화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노인은 갈수록 쇠약해져서 수프를 흘리고 그릇을 떨어뜨려 깨곤 했습니다. 아들 부부는 노인을 구석자리로 쫓아내고 나무그릇에 음식을 줬습니다. 어느 날 네 살 손자가 나무를 주워왔길래 부모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여물통 만들려고요. 나중에 크면 엄마 아빠 음식 담아 드리려고요…"

사람은 누구나 늙습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자기 늙기 전까지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0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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