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자뉴스9

[CSI] "내 전화번호가 이렇게 쉽게 노출?"…안심 못할 안심번호

등록 2019.10.07 21:30

수정 2019.10.07 21:34

[앵커]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터치 몇번이면 쉽게 배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배달 사회'가 된지 오래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탓에 스토킹 등 범죄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생겨난 게 '안심번호'라 불리는 가상 전화번호인데 이건 믿어도 되는 걸까요?편리함 뒤에 숨은 그늘은 어두웠습니다.

소비자탐사대, 김하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갈증을 달래려고 커피와 음료를 배달시킵니다. 개인 연락처 노출을 막으려 가상번호로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배달원 전화에 자신의 실제 번호가 떠 있어 물어봤습니다.

(안심번호인데 왜 떠요?) "제가 걸 때만 안심번호예요. 다시 전화주시면 고객님 번호로 와요."

안심번호를 남겼는데 어떻게 된 걸까? 위치를 확인하려 배달원에게 연락하자...

"여기가 어디냐면...."

이 때 개인 전화번호가 드러난 겁니다.

"전화번호가 (공개)되고 그러면 굳이 쓸 필요가 있나 싶고 사기당한 기분? "

안심번호는 인터넷 쇼핑이나 택배 주문, 개인 간 온라인 거래 등을 할 때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가상 연락처입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명의 도용이나 성범죄 등을 우려해 안심번호를 이용하는 건데...고객입장에선 안심번호라고 하면 받을 때나 걸 때 모두 실제 번호가 숨겨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안심번호는 전화나 문자를 상대방으로부터 받을 때만 유효합니다. 이용자가 상대방에게 걸 때는 실제 번호가 여과없이 노출됩니다.

자동차에도 안심번호를 두는데, 콜백, 즉 답신 전화를 하거나 문자로 연락하면 원 연락처가 상대방에게 드러납니다.

실제 최근 한 배달원이 안심번호로 주문한 여성 연락처를 알아낸 뒤 스토킹해 문제가 됐습니다.

조민주 / 서울 가락동
"핸드폰 번호가 노출될까봐 걱정돼서 (안심번호를) 사용했습니다."

안심번호의 문자 서비스 불안정성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집이 아닌 무인택배함 등으로 배송하면 배송 알림이나 비밀번호가 문자로 전송되는데, 안심번호는 송수신에 오류가 많다는 겁니다.

A씨 / 안심번호 피해자
"(물품이) 왔는데 열 수가 없더라고요."

놓친 문자나 비밀번호를 다시 받으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이 과정에서 개인 연락처가 노출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안심번호를 이용한 상거래가 쉽지 않다는 호소도 많습니다.

쇼핑몰 관계자
"2줄 정도만 넘어가도 문자가 안 들어가요, 안심번호는."

취재진이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매물을 올리고 안심번호를 등록해 봤습니다. 구매자로 가정해 문의 문자를 보냈더니 10건 중 5건은 발송이 안 되고... 70자 넘는 문자 전송이나 파일 첨부도 불가능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판매자와 구매자, 택배기사까지 모두 안심번호 불편을 호소합니다.

택배기사
"많을 땐 15%? '못 받았다'고 하면서 연락이 계속 오는 거죠."

안심번호 보안성과 편의성을 더 강화할 순 없는 걸까.

이통사 측
"LMS(긴 문자), MMS(다중 매체 문자) 개발을 검토하고...."

안심할 수 없는 안심번호, 소비자는 불안합니다. 소비자탐사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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