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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의 시간

등록 2019.10.08 21:45

수정 2019.10.08 21:49

"상황이 갈수록 이상해지네요… 왜 우리는 더 대화할 수 없는 걸까요. 미안하다는 말은 가장 하기 힘든 말이군요…"

40년 넘도록 사랑 받는 명곡이지요. 끝내 미안하다는 말을 못해 사랑을 놓치고 마는 남자의 마음을 가수 엘튼 존이 절절하게 노래합니다.

솔직한 사과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소통의 첫걸음입니다. 그러지 못하면 말이 자꾸 꼬이면서 불통으로 치닫기 마련입니다.

우리 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맥없이 진 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에게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선수들 스스로 문제점을 봐야 한다. 유소년 단계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마치 축구평론가가 남 얘기하듯 말했습니다.

이런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그는 축구보다 중요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지금의 조국 장관처럼 말입니다.

온통 나라가 시끄럽습니다만 조 장관이 애초에 개혁을 말할 정당성과 자격을 잃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지난주 광화문에 모였고 내일 또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누구보다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은 조국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검찰을 반개혁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집회가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로 분명하게 갈렸다고 보는 게 상식적일 겁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국민의 뜻이 검찰 개혁으로 모아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내세웠던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가 조국 문제로 땅에 떨어진 데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위법행위가 법적으로 확인되기까지 경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비쳤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던 국민 통합의 메시지는 끝내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지금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민심은 어떤 것인지 묻습니다. 다시 대통령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0월 8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의 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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