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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조국 가족의 '세렌디피티'

등록 2019.10.10 21:45

수정 2019.10.10 21:51

발음하기가 까다롭습니다만 영화 '세렌디피티'는 두 남녀에게 잇따르는 우연한 만남을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은 각자 애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갑을 동시에 고르면서 마주칩니다.

"죄송합니다" "원하면 사세요" "하나 남았네요"

두 사람은 세렌디피티라는 카페로 갑니다. 

"세렌디피티, 우연한 행운이라는 뜻이 좋아요"

그 뒤로 두 사람은 계속 엇갈리다가 여자가 연락처를 적어둔 책을, 남자가 우연히 찾아내면서 맺어지지요.

방탄소년단도 사랑의 '세렌디피티'를 노래했습니다.

"우주가 우릴 위해 움직였어, 조금의 어긋남조차 없었어. 너와 내 행복은 예정됐던 걸…"

그런데 조국 장관의 족을 위해서도 혹시 우주가 움직인 걸까요. 우연한 행운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집을 압수수색하던 검사에게 조 장관이 "신속히 수사해달라"고 한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정경심씨가 법무장관을 남편으로 둔 행운이 아니었다면, 어떤 남편이 압수수색하러 온 검사에게 아내의 건강을 챙겨 달라고 하겠습니까.

그런 며칠 뒤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절제하라"고 했습니다. 검찰총장에게는 개혁안을 내놓으라며 사실상 압박성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러자 정씨에게 또 행운이 잇따릅니다. 검찰청 1층 포토라인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이튿날 검찰총장은 피의자 공개소환을 폐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씨는 두 번째 소환 때는 조서를 열한 시간 열람하느라 조사는 두 시간 40분만 받았습니다. 세 번째 소환되기 전날에는 밤샘 조사도 폐지한다고 했지요. 참 대단한 우연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어제 영장심사도 포기한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스스로도 구속을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듯 한데 어쩐 일인지 법원은 여러 이유를 붙여 그를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법원 결정에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구속을 면한 건 조씨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법 해석이 달라진 것인지, 유난히 관대한 판사를 만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구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고, 누구는 넘어져도 떡 함지에 엎어진다고 합니다. 조 장관 가족의 세렌디피티가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지 경이로운 심정으로 지켜봅니다.

10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조국 가족의 세렌디피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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