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눈치 없는 석열씨

등록 2019.10.18 21:49

수정 2019.10.21 20:52

전설적 4인조 록그룹 비틀스. 그 비틀스라는 이름을 들으시면 누구부터 떠오르십니까. 십중팔구 존 레넌이나 폴 매카트니겠지요. 주옥같은 노래를 불러줬던 듀오 해바라기 하면 누구부터 생각나십니까. 이 이주호씨일 겁니다.

그런데 시인은 반대입니다. "폴 매카트니나 존 레넌보다는… 음울한 조지 해리슨, 못난 링고 스타를 더 좋아한 사람. 해바라기의 보스 이주호보다는… 자주 교체되던 짝꿍한테 더 눈길이 가는 사람. 김일보다 장영철을 좋아한 사람…."

잘 나가고 힘센 사람 쳐다보며 근처에서 기신대는 게 생리적으로 싫은 사람들. 시인은 그런 사람을 국외자, 아웃사이더라고 부릅니다.

지난달 집권세력으로부터 온갖 비난과 공격을 받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한 평검사가 이런 글을 띄웠습니다. "총장님, 편한 길 가시지 왜 그러셨습니까. 세 살배기도 힘센 사람 편에 서는 게 유리하다는 걸 아는데… 눈치껏 수사했으면 역적이 안 됐을 텐데…"

어제 국감장에서 집권당 의원이 윤 총장에게 물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중 누가 검찰의 정치 중립을 제일 잘 보장했느냐"고… 요즘 말로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답정너' 질문이었지요. 그런데 윤 총장은 눈치 없게도 "MB 때 제일 쿨했다"고 했습니다. 말이라면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는 박지원 의원도 윤 총장에게 면박을 당했습니다.

다른 국감장에서 이랬으면 삿대질과 고함이 터져 나왔겠지만… 조용했습니다. 의원 열여덟 명과 감사 받는 한 명 사이 기싸움의 승부는 싱거웠습니다. 윤 총장은 자신이 "예나 지금이나 정무감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정치와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눈치 볼 필요 없이 일하고 싶다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윤 총장도 말했듯 검찰개혁의 방향은 크게 둘, "정치적 중립 확보와 검찰 권한 분산" 입니다. 그런데 집권세력이 외치는 검찰개혁은 후자, 즉 검찰의 힘을 때는 데만 집중돼 있습니다. 권력이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그제 매우 이례적으로 법무부 차관과 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직접 지시하던 모습을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10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눈치 없는 석열씨'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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