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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30년 만의 월담

등록 2019.10.21 21:47

수정 2019.10.21 23:25

"하비브 하우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소주 막걸리 복분자 같은 한국 술을 아주 좋아합니다…"

해리스 미국대사가 관저에서 막걸리를 섞은 칵테일을 선보입니다.

"한미동맹의 '같이 갑시다' 정신을 바탕으로… 하비브 하우스 공식 칵테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미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는 한옥입니다. 1884년 미국이 사들여 1970년대까지 쓰다가 새로 지었지요. 당시 국무부 반대를 무릅쓰고 한옥을 밀어붙인 하비브 대사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2015년에는 리퍼트 대사가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해 6천여 명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하비브 하우스는 1989년 서총련 대학생들에게 점거당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새벽에 담을 넘어 거실에서 반미 구호를 외쳤습니다. 당시 그레그 대사 부부는 침실 창문으로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30년 만에 하비브 하우스가 다시 대학생들에게 뚫렸습니다. 그것도 대낮에 경찰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사다리를 놓고 담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변명이 기가 막힙니다. "사다리를 치우면 다칠 것 같았다" "여학생 몸을 접촉하기 어려워 여경을 기다렸다"는 겁니다.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

침입한 학생들은 대진연이라는 친북단체 소속입니다. 지난해 김정은 환영단을 만들어 서울 복판에서 환영행사를 벌였던 바로 그 단체입니다. 이들은 오늘 "더 많은 담을 넘겠다"고 했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관저 침입사건에 대해 "열 석 달 만에 두 번째 사건"이라며 "고양이들은 무사하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지난해 중국 동포 여성이 관저에 들어와 횡설수설했던 일을 가리킵니다. 리퍼트 대사가 흉기 습격을 당한 뒤 우리 국민에게 감사하며 '같이 갑시다'고 했던 것에 비하면 뼈가 느껴지는 발언입니다.

미 국무부가 침입사태에 대한 강력한 유감과, 한국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는 요구를 같은 날 내놓은 것도 우연으로만 보이지가 않습니다. 동맹보다 돈을 앞세우는 미국 대통령, 대북제재 와중에도 어떻게든 북한 비위를 맞추려는 우리 정부, 그리고 반미 시위를 사실상 방치하는 경찰까지. 한미관계에 금이 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10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30년 만의 월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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