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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바보들은 남의 탓만 한다

등록 2019.11.06 21:48

수정 2019.11.06 21:54

죽음만이 자유의지라고 말한 쇼펜하우어. 정작 그는, 여든이 넘도록 천수를 누렸고, 자녀교육 지침서 '에밀'을 쓴 루소, 정작 그는, 다섯 자식을 고아원에 맡겼습니다. 이런 언행 불일치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시인은 묻습니다.

"정작 그는 알고 있었을까요. 변명은 구차하고 사실은 명확하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사실과 진실 앞에서 모든 변명은 구차합니다. 작년 봄부터 SNS에 이런 유머가 오르내렸습니다.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김건모밖에 없다…"

김건모는 '핑계'를 불러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남 탓만 하는 사람은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인용하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그것도 이명박 박근혜 탓이라니 안타깝다"고 했지요.

경제지표가 갈수록 나빠지자 지난해부터 집권당 안팎에서 잇따라 과거 탓 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온 걸 꼬집었습니다. 10년도 더 된 전전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다시 부활시키더니 국민연금 개편, 은산분리 완화 논란, 남북관계 교착은 전 정권 탓이라고 했습니다.

청와대는 최악의 고용통계가 나오자 "생산가능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인구 탓을 했습니다. 이런 변명도 나왔습니다.

"봄비치고는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올 들어서도 경기가 급속히 가라앉자 세계 경제 탓이 잇따르더니 성장률이 1퍼센트대로 떨어질 형편이 되자 어제는 급기야 한국당 탓을 하고 나왔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후 백일 동안 마흔아홉 차례에 걸쳐 4백예순일곱명의 의원을 만났다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과 골프며, 만찬을 하며 공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접촉하고 설득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미국 조직 전문가 존 밀러가 쓴 책 가운데 '바보들은 항상 남 탓만 한다'라는 베스트셀러가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에게 모든 갈등의 원죄를 덮어씌우는 것은 국가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선무당이 마당 기울다 하고, 서툰 무당이 장구 나무라는 법입니다. 그러나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습니다.

11월 6일 앵커의 시선은 '바보들은 남의 탓만 한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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