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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형용사로 가득찬 황교안의 말'

등록 2019.11.10 19:45

수정 2019.11.16 11:47

2016년 최고의 영화로 뽑힌 '곡성'은 '인간의 의심'을 소재로 합니다. 마을에 음산한 기운이 돌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면서 주민들은 외지인에 대한 의심을 키워갑니다.

그 의심은 가족과 친구로까지 번지고, 결국 모든 의심의 중심에 있는 경찰 종구는 가족 모두를 잃는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죠.

"내가 무슨 죄를 졌는데? 네 딸의 아비가 남을 의심하고 죽이려고 하고…."

나홍진 감독은 의심 때문에 지옥 같은 삶을 사는 인간군상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의심은 본능이라고 합니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연이은 실책의 이유를 바로 이 의심에서 찾기도 합니다. 은밀히 박찬주 전 대장 영입을 추진했던 것도, 총선 기획단 전원을 측근으로 채운 것도 주변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런 의심은 황 대표 말에서도 엿보입니다. 한 중진의원은 "황교안의 말은 형용사와 부사로 가득하다"며 "의미 없는 단어에 속내를 숨긴다"고 했습니다.

황교안 (6일 최고·중진 연석회의)
"나부터 새롭게 태어나는 혁신 진정한 혁신과 미래로 나아가는 통합 올바른 통합을 통해서 국민들 앞에 새 정치를 확실히 보여드리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장 하나에 별 의미 없는 형용사와 부사가 7개나 됩니다. 이런 이유로 적지 않은 국민은 황 대표의 메시지가 공허하다고 느낍니다.

스피치 전문가들은 솔직한 사람이 말도 잘한다고 합니다.

김미경 / 아트 스피치 원장
"우리 아버지가 지금도 얘기해요. 말은 솔직한 사람이 잘하는 거야. 너 얼마나 솔직한 지 아냐. 운동회에서 본 걸 두 시간이면 두 시간 그대로 얘기해. 니 언니 봐라 니 언니. 음흉해 갖고, 5분밖에 말 못하고. 원래 말은 솔직한 사람이 잘하는 거야. 예, 저 되게 솔직해요."

말에는 솔직하고 구체적인 자기 생각을 담아야 상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습니다. 메시지의 힘은 형용사가 아니라 구체성이 담긴 명사와 동사에서 나오기 때문이겠죠. 정치 지도자가 번지르르한 말을 자주하면 되레 유권자의 의심을 삽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은 커지지만 많은 국민은 한국당도 매한가지라고 합니다. 상당 부분 황 대표 책임입니다.

차기 경쟁에서도 이낙연 총리에게 크게 밀리고 있습니다. 보수통합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황 대표가 그 뜻을 이루려면 먼저 주변을 믿고, 솔직한 언어로 국민에게 다가가야하지 않을까요.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형용사로 가득찬 황교안의 말'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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