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조국의 페르소나

등록 2019.11.14 21:40

수정 2019.11.14 21:45

이 영화들에는 배우 송강호 말고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인정하십니까?" "영광스럽지요"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입니다. '인격'을 뜻하는 영어 '퍼스낼리티'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이제 '겉으로 드러난 인격' '가면을 쓴 인격'을 의미합니다. 봉준호에게 송강호는 자신의 분신이자 가면, 페르소나입니다.

김구 선생이 젊은 시절 관상을 공부하다 자신의 얼굴이 거지 관상이라는 걸 알고 낙담합니다. 하지만 관상 책에서 이 한 구절을 발견하고는 '얼굴보다 마음을 갈고 닦아 사람 노릇 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얼굴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 바른 것만 못하다'는 구절입니다.

조국사태로 두 달 넘도록 온 나라가 시끄러웠을 때 정작 당사자인 그의 표정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고통스러워할 때도 얼굴에 좀처럼 희로애락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검찰 소환을 앞두고 아내가 기소됐을 때 올린 글에서는 그의 바깥 인격, 페르소나가 어김없이 드러납니다. 그는 "이제 아내의 책임이 재판으로 가려질 것"이라고 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일로 인해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참 교묘합니다. 아내와 딸, 가족이라는 운명 공동체에서 자기만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는 듯한 말투입니다. 급기야는 "아니다" "모른다"던 부정의 말에서 "기억이 안 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피의자들이 흔히 하는, 가장 편리하면서도 궁색한 변명입니다.

그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가면 속의 진짜 얼굴을 숨기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을 겁니다. 배우가 관객을 울리려면 자기부터 울어야 합니다. 하지만 웃기려 할 때는 시치미를 떼야 하지요. 그는 관객을 웃겼습니다.

수능시험을 치른 오늘도 이른 한파가 닥쳤습니다. 아이들은 한 문제, 한 글자라도 놓칠세라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어머니들은 교문 앞을 지키고 서서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조국이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행복하게 살게 하자"던 그 아이들, "자식한테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는 자괴감을 심어준 그 부모들입니다.

11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조국의 페르소나'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