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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박수칠 때 떠나라

등록 2019.11.18 21:46

수정 2019.11.19 23:49

1996년 상하원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현역 의원 마흔일곱 명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대부분 재당선에 문제가 없었고 의정활동도 활발했기에 그들이 남긴 퇴장의 변에 이목이 쏠렸지요.

먼저 세대교체형부터 보겠습니다. "성경에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내게는 지금이 그때입니다" "너무 오래 정치를 하면서 타성에 빠진 동료들을 목격했습니다. 아직 사회에 봉사할 수 있을 때 떠납니다"

그리고 "다들 서로 타협하기보다 상대를 파멸시키려고 든다"는 정치환멸형.

"할머니 역할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가정중시형도 있었습니다. 우리 정계에서는 '원조 보수'를 자처했던 김용갑 의원이 유쾌하게 물러났던 기억이 납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그는 당시 한나라당에서 처음 불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3선이면 국회의원에게 환갑이다", "박수칠 때 떠난다"고 했습니다. 세대교체형이었지요. 그는 국회 앞에서 이렇게 만세를 부르며 "나는 이제 자유인"이라고 외쳤습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여야에서 입지와 신망이 두터운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결단의 배경은 많이 달라 보이지만 파장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김세연 의원은 자신의 소속 정당인 자유한국당을 향해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당을 해체하라고 했습니다. 그 발언의 배경에 여러 해석을 달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통 국민들 가운데는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민주당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조국 사태에서도 청와대를 향해 제대로 된 쓴소리 한번 낸 적이 없습니다. 일부 의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선점하면서 눈길을 끌긴 했지만 국민이 바라는 인적 쇄신의 수준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일부 586인사들이 억울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공감능력 부족을 자인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지금 임종석, 김세연의 선택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의 요체는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 여의도에는 이 기본을 아는 정치인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11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박수칠 때 떠나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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