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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전국 곳곳 '텅 빈' 체육시설…지자체는 "더 짓겠다"

등록 2019.11.20 21:31

수정 2019.11.20 22:14

[앵커]
수십억 원을 들여 전국 곳곳에 세워진 대다수 국민체육센터가 이용 주민이 없어 이렇게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더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주민 이용률이 바닥을 치는 탓에 열에 여덟, 아홉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체육시설 건립에 국민이 낸 혈세를 살포하는 이유는 뭘까요?

현장추적, 장혁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울산 울주군 화랑체육공원. 국제규격 축구장에 육상 트랙, 게이트볼장, 풋살장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이 체육공원의 면적은 4만7천㎡, 총 3천 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이용객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2007년 30억원을 들인 이 시설 하루 이용객은 평균 15명 수준.

김상인 /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평일에는 몇 사람 안 됩니다. 나같은 사람 이런 사람…. 농촌 사람들은 여기 올 일이 없어요."

그런데 차로 30분 거리에 또다른 체육시설이 있습니다.

역시 축구장과 육상트랙, 보조구장 등 최신 시설이 갖춰졌지만 이용객 없긴 마찬가지.

"계십니까? 아무도 없나보네… 택배 상자만 있네요."

이 곳 간절곶 스포츠파크 주경기장의 사용 인원은 11개월 간 1017명으로 하루 2.9명 꼴에 불과합니다.

인구 22만명인 울주군에는 이런 체육시설이 11곳에 달하는데, 울주군은 예산 200억원을 투입해 체육공원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입니다.

울주군 관계자
"평일은 솔직히 야외는 (이용률이) 그렇게 높진 않습니다."

'이용자 없는' 체육시설이 전국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2년 전 6억원을 들여 만든 강원도 양구 암벽장은 주말 몇몇 동호회를 빼면 찾는 이가 거의 없고. 서울 구의동의 체육 시설도 일년 내내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안내실 직원
(여기 오는 사람 많아요?) "거의 없죠. (운동) 잘 안 하세요."

인근 주민
"구의동에서 산 지 10년 정도 넘었는데요. (체육시설) 홍보가 덜 돼서 제가 이용을 못 한 것 같고요."

전국 육상-구기 경기장과 생활체육관은 이용자 부족 등으로 약 83%가 적자 운영 중인데, 비도시 지역은 적자 비율이 98%에 달합니다.

돈은 많이 들고 이용객은 적은데도 전국 곳곳 체육시설은 계속 늘어납니다.

동네 체육관과 건강센터, 도서관 등을 건설하는 '생활 SOC' 3개년 사업에 내년도 예산 10조3766억원이 들어갑니다. 올해 7조9948억원보다 약 30% 증가한 겁니다.

더욱이 사업비 200억원 미만 중소 체육시설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습니다. 최소한 경제성도 따질 필요가 없어 지자체장 등이 선심성으로 지어줄 수 있습니다.

양구군 관계자
"클라이밍(등반)하시는 분들이 먼저 군수님한테 건의를 해가지고 군수님께서 '검토를 해봐라'…."

예산 소진용, 치적 쌓기용이 적지 않다보니 엉뚱한 곳에 지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경호 /오산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농어촌 지역을 보면 체육시설이 정말로 들판에 설치된 걸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이게 과연 주민들이 여기까지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될 건가. 혈세만 쏟아붓고 '나몰라라' 내팽개쳐지는 체육시설들 관리 감독이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TV조선 장혁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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