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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그런 얼빠진 나라"

등록 2019.11.24 19:46

수정 2019.11.24 19:50

많은 국민은 지난 한주를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보냈습니다.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꺼져가던 지소미아를 되살렸지만 왜 안보를 걸고 도박을 했냐고 분통을 터트리는 분들도 적지 않았죠.

미국의 압박이 불편했는지, 지난 한 주 여당에서 쏟아진 말들은 과거 운동권에서 나왔던 반미구호의 메아리처럼 아슬아슬했습니다.

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한미동맹이 가장 절대적이고 최고의 그런 가치다, 저는 그렇게까지 가선 안 된다고 봅니다."

김정호 / 더불어민주당 의원 (19일 원내대책회의)
"어떠한 경우라도 한미동맹은 한반도 유사시로 국한시켜야 합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북핵이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니라고 믿는 건지 지소미아가 꼭 필요한 게 아닌 것처럼 말해왔습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적국의 정보라도 아쉬울텐데 말이죠.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야당 시절 발언은 놀랍기도 합니다.

문재인 /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2012년 7월 간담회)
"세상에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상대에게 군사비밀 정보를 제공하겠다, 그런 얼빠진 나라가 있겠습니까."

물론 일본의 잘못이 원죄입니다. 하지만 친구로 행세하는 게 도움 된다면, 감정을 누르고 어깨동무라도 하는 게 외교의 기본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본이 좋아서 이런 말을 했을까요?

김대중 / 전 대통령(1998년 10월8일 일본 국회 연설)
"50년도 안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천5백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번 지소미아 파동으로 한미 관계는 크게 손상됐습니다. 오늘 워싱턴포스트에는 "한미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는 칼럼까지 실렸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의 거친 말 한마디가 베네수엘라에 어떤 비극을 가져왔는 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차베스(2006년 9월 유엔총회 연설)
"바로 이 장소에 어제 악마(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가 다녀갔다. 이 연단에는 아직까지도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

속내를 툭툭 드러내면서 힘센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건 자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을 멀리두고 일본과는 갈등하면서 북한과는 잘 지낼 수 있다고 믿는 건 환상에 가깝습니다. 북핵을 막을 미사일 하나 못 만드는 나라가 주변국과 갈등만 빚는 게 오히려 얼빠진 일 아닐까요?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그런 얼빠진 나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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