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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비극"

등록 2019.11.30 19:45

수정 2019.11.30 19:48

외계인의 침략으로 인류가 멸망 위기를 맞게 된, 뻔한 설정의 SF 영화 한 편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주인공 톰 크루즈는 싸우는 방법도 모른 채 전투에 투입되고 참전하자마자 죽게 됩니다. 그런데 깨어나보니 참전 직전의 '어제'로 돌아가있습니다. 그래서 또 죽고, 또 살아나고, '어제의 전쟁'을 계속 반복하죠. '어제'에 갇혀 같은 전쟁을 치르는 영화 속 장면에서 한국 정치 현실이 엿보여 먼저 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하명수사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 정점에는 조국의 민정수석실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전 정권을 단죄하던 시점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우병우의 민정수석실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우 전 수석은 인사와 감찰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다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죠. 잠시 잊혀져 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어제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정보 경찰을 동원해, 선거에 부당 개입한 혐의입니다.

지금의 김기현 하명 수사 논란도 권력이 선거에 개입했느냐가 의혹의 핵심이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통상적 이첩'이라면서 경찰로부터 보고받은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노영민 비서실장은 9번 보고받았다는 걸 인정하면서 통상적 업무라고 했습니다.

노영민 / 비서실장
"그런 사안에 대해서 중간에 보고되는 것은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병우 전 수석도 재판에서 자신이 한 일들이, "공무원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 "업무 관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데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뼈 아픈 역사를 잊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반복된 어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톰 크루즈는 전쟁에서 승리했고 영화는 막을 내렸는데, 대한민국 정치사에도 이런 해피엔딩 하나쯤 기대하는 게 어려운 일일까요?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비극"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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