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용이 사라진 개천

등록 2019.12.02 21:46

수정 2019.12.02 21:50

트랍 대령과 마리아, 그리고 일곱 남매가 웅장한 알프스 능선을 넘습니다. 나치 치하를 탈출해 자유를 찾아갑니다. 명화 '사운드 오브 뮤직'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이 노래는 '모든 산에 올라라' 입니다. 영화 중반, 낙심한 마리아가 수녀원으로 돌아오자 원장 수녀가 용기를 내라며 불러줬던 노래지요. "모든 무지개를 따라가라. 네 꿈을 찾을 때까지…" 원장 수녀는 처음에 마리아를 가정교사로 보낼 때도 격려했습니다. "세상에 나가 원하는 게 뭔지 찾아보도록 해요.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요…"

흘러간 지컬 명화를 새롭게 떠올리는 것은 며칠 전 나온 통계청 조사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보다 높은 계층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사람이 10년 전 열에 다섯에서 열에 세 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자식 대에는 개천의 용 되기가 더 힘들 거라는 비관이 널리 퍼진 겁니다. 옛 부모들은 가난해도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았습니다. "내 자식은 나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이 실현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 희망을 빼앗아간 것일까요. 

고도성장시대가 끝나면서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만 갈수록 경제가 가라앉고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탓이 클 겁니다. 거기에다 조국 사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냈듯, 불평등한 기회, 불공정한 경쟁, 그들만의 탈법과 편법이 보통사람들을 좌절시킨 것이겠지요. 이렇듯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사회만큼 무기력한 세상도 없습니다.

덩달아 아이들도 꿈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서울 중학 3학년들에게 장래 희망직업을 물었더니 '없다'는 응답이 다섯에 둘이나 됐습니다. 그나마 열 명 중 두 명이 꼽은 희망직업 1순위가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래도 찬란한 젊음, 눈부신 청춘입니다. 오늘도 여기저기서 열심히 대학 문을 두드리는 입시생들을 생각합니다. 요즘 청춘들에게 힘내라는 노래가 많은데 한 곡 들려 드립니다. 

12월 2일 앵커의 시선은 '용이 사라진 개천'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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