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좌충우돌 트럼프와 한반도의 운명

등록 2019.12.04 21:47

수정 2019.12.04 21:55

"삶은 계속됩니다. 우리는 이겨낼 겁니다…" 미국 대통령은 5억톤짜리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해 온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습니다. 차분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희망을 불어넣습니다. '딥 임팩트'는 세기말 재앙을 다루지만 가족애와 인간애, 긍정과 희생을 말하는 감성적 재난영화입니다. 거기 할리우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등장합니다. 그는 재앙이 물러간 뒤 재건을 시작한 의회 앞에서 연설합니다. "우리 지구, 우리 가정, 그러니 이제 우리, 다시 시작합시다…"

그럼 이 장면은 어떻습니까? 작년 크리스마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곱 살 어린이와 통화를 하면서 산타가 지금 어디 있는지 묻는 아이에게 되묻지요? "너는 아직도 산타를 믿니?" 어제 트럼프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잘 준비하라'는 북한에게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쓸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작년 초 서로 핵 단추 자랑을 해가며 '화염과 분노'를 말한 이래 근 2년 만의 무력 발언입니다. 김정은을 가리켰던 호칭 '로켓맨'도 다시 꺼냈습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김정은과 관계가 정말 좋다"고 했습니다. 친하다고 약속을 어길 생각 하지 말라는, 어쩌면 더 섬뜩한 경고일 수 있습니다. 물론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도 빼 놓지 않았습니다. "주한미군 주둔과 철수,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 "한국은 방위비를 반드시 더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얼마 전 회고록에서 "트럼프로부터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도 트럼프 못지않은 '미치광이 전술'의 대가로 꼽힙니다. 그가 백마를 타고 혁명 성지로 내세우는 백두산 삼지연에 올랐습니다. 삼지연에 다녀올 때마다 북한 안팎에 큰일이 터졌기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미국을 한층 자극하는 도발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는 외교안보 전반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권력의 핵심부로 다가오는 검찰을 공격하기 바쁩니다. 통일부 장관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방어 차원의 억지력 강화" 라고 했습니다. 안에도 밖에도 도무지 믿고 기댈 곳이 보이지 않습니다.

12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좌충우돌 트럼프와 한반도의 운명'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