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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춘풍추상

등록 2019.12.07 19:46

수정 2019.12.07 19:52

중국 명나라 때 선비인 홍자성이 쓴 책, 채근담은 제목 그대로 풀면 나물 뿌리 이야기입니다. 나물 뿌리의 담담한 맛처럼 삶의 진리나 깨달음은 사실 단순하다는 의미로, 인용했다고 합니다. 유태인들에게 '탈무드'가 있다면 중국인들에겐 '채근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동양의 '탈무드'라고도 불립니다. 채근담에 담긴 사자성어 하나가 이번 정권 들어 유독 자주 언급됩니다. 올해 1월부터 2기 청와대 참모진을 이끈 노영민 비서실장의 취임일성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노영민 / 청와대 비서실장(지난 1월)
"(청와대에)춘풍추상이라는 글이 다 걸려있는걸 보았습니다. 비서실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할 그런 사자성어라 생각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모든 청와대 비서관실에 이 사자성어가 쓰인 액자를 걸어 놓게 했다죠. 남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땐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 그러나 요즘 청와대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 거려집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을 보도하는 언론에 불만을 자꾸 쏟아내고 검찰은 노골적으로 압박합니다.

고민정 / 청와대 대변인
"검찰은 12월 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당의 검찰 압박은 유례없는 수준입니다. 수사기관 간부들을 불러 사건 경위를 따져 묻겠다며 간담회를 여는가 하면, 당 대표는 그냥두지 않겠다며 검찰을 협박합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검찰에 대해서 준엄하게 경고하고 검찰이 이렇게 직무를 유기하면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어제 청와대와 여당에, 수사 압력을 자제하라며 지난 행적을 엄격하게 돌아보라고 했습니다. 춘풍추상을 언급하면서 말입니다. 문재인 정권 출범 때 자랑삼아 선보였던 일자리 상황판이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청와대 비서관실의 춘풍추상 액자 역시 지금도 걸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춘풍추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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